보상절차 갈 길 멀어···사업지연·중도 포기사례로 이어지지 않도록 구체화 작업 돌입해야

노경은 금융투자부 기자
노경은 금융투자부 기자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지난 15일 70여 곳의 재개발 구역 중 8곳이 공공재개발 시범 사업지로 선정됐다. 공공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조합원들은 각종 비리로 얼룩진 정비사업장에 공공이 참여해 투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좋고, 내집마련을 기대하는 주택수요자들은 공급물량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그동안 큰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만을 그리기에는 갈 길이 구만리다. 순탄히 이뤄질 것으로 보이나 아직 법령 개정이 통과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가장 복잡한 보상절차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상문제는 일반 재개발 사업장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꼽힌다. 이 과정 때문에 사업이 좌초된 곳도 부지기수다. 공공이 참여한다고 해도 재개발은 조합 구성원들 간에 보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역세권 위주로 사업지를 선정하면서 상가주인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수용하고 합의점을 마련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인들은 생존권을 잃고 길거리에 내몰릴 수 있는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거와 상업시설, 지분율 차이 등이 얽힌 이해관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듯 가이드라인이 없다.

가장 크고 중요한 문제인 보상 문제에 대한 구체적 방안제시가 없다보니 사업추진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정부는 지난 수년 간 끊임없이 공급물량은 부족하지 않다며 공급확대책을 제안하는 시장 전문가들의 입장에 맞서왔다. 그러다 서서히 입장을 선회하며 지난해 8월 갑자기 급조하며 등장한 게 바로 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 사업이다. 일각에서 선거용으로 변죽만 울리고 공회전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특히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임기만료로 교체되면 이전 정부의 업적을 승계해서 발전시키기보다는 새 정부의 실적을 만들어서 쌓는 경향이 강해지며 이전 대책이 신기루로 사라져가기도 한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그사이 공공재개발 지역에는 투기세력이 몰리며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미 조짐은 보이고 있다. 실제 올 들어 15일까지 서울의 다세대 및 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684건으로 같은 기간 아파트 거래(355건)의 2배에 달했다. 지난달에 이어 다세대와 연립주택 매매가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내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거래량은 총 4622건으로 11월보다 8.3% 늘어난 바 있다. 다세대와 연립주택은 통상 주택시장에서 아파트 거래량의 절반을 밑돌지만 최근 아파트보다 더 자주 손바뀜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공공재개발을 통한 공급확대, 더 나아가 주택시장 안정화를 이루려면 뜬구름잡기 식이 아니라 소유주, 임차상인 등을 위한 보상절차 구체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재개발로 인한 영업상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위로 차원의 충분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벌써부터 일부 상가에 임차해 영업을 영위해오던 영세 상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년간 장사가 안됐는데 이 시기를 기준삼아 영업보상금을 지불하게 되면 생계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울상을 짓는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공공재개발을 통한 내집마련이 희망고문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는 대안책이 분명하게 제시되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