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벤처펀드 6.6조원으로 2019년보다 2조3243억원 늘어나···직접 출자 대신 정책·민간 투자 늘어나
1000억원대 넘는 대형펀드는 15개사로 전년 대비 2배 늘어···“국내 시리즈C 활발 기대”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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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차여경 기자] 지난해 벤처펀드가 역대 최고 규모인 6조6000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정부의 모태펀드 직접 출자 대신 자펀드들의 간접 투자 비중이 늘어났다. 또 1000억원대가 훌쩍 넘는 대형펀드들도 늘어났다. 스타트업 업계는 국내 벤처캐피털(VC)의 펀드만으로 시리즈C 이상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14일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주춤한 1, 2분기와 다르게 3, 4분기 4조원 이상 벤처펀드가 구성되면서 시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벤처펀드 결성실적은 전년 대비 약 54.8%(2조 3243억원) 늘어난 6조5676억원으로 집계됐다. 신규결성 조합 수도 역대 최다인 206개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전체 신규결성 펀드 중 모태펀드 출자 비중은 소폭 줄고 모태펀드가 견인한 민간이나 정책기관 출자금액은 늘어났다.

2020년 모태 자펀드 결성액은 3조 2320억원으로, 전체 펀드 결성액 (6조5676억원) 중 약 49.2%를 차지했다. 이는 2019년 전체 펀드 결성액 대비 비중(49.5%)보다 약 0.3%p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 결성된 모태 자펀드에 대한 모태출자 규모는 약 1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였지만 전체 펀드 결성액 대비 모태펀드 출자금액 비중을 살펴보면 2019년 20.2%에서 2020년 18.5%로 약 1.7%p 감소했다. 대신 모태펀드가 견인한 모태 자펀드의 민간, 정책기관 등의 출자액은 2019년보다 7729억원 늘어난 2조160억원이었다.

중기부 측은 “모태펀드 금액이 늘어나지만 직접 출자 대신 자펀드들인 민간과 정책펀드의 비중이 증가해 벤처투자 마중물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그동안 벤처투자의 모태펀드 의존도를 지적해왔다. 특히 벤처투자를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에 정부는 2017년부터 모태펀드 운용권한을 민간에게 맡기는 등 운용방침을 바꿔왔다. 지난해 모태펀드의 출자 비중이 소폭 줄어든 것은 그만큼 민간이 벤처투자를 활용했다는 방증이다.

한편 지난해 대형펀드가 크게 늘어난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2020년 1000억원 이상 결성된 펀드는 15개로, 전체 206개 중 7.3%를 차지했다. 2019년 6개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결성규모 상위 10개 펀드의 총 결성액은 총 2조2041억원으로 전체 결성금액의 33.6%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0이 4669억원,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한국투자바이오글로벌펀드이 3420억원, LB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LB넥스트유니콘펀드가 3106억원, IMM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2020 IMM벤처펀드 2210억원, KB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KB스마트 스케일업 펀드 2000억원, DSC인베스트먼트 의 DSC초기기업스케일업펀드 1700억원 등이 있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벤처펀드가 2018년, 2019년보다 결성규모가 평균적으로 500~100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국내 투자만으로 유니콘 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이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올해는 시리즈C이상 스타트업 투자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내 투자 생태계가 초기 투자에만 몰려있고, 스케일업(Scale up)을 하기 위한 중간 투자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1000억원대 투자를 받으려면 해외기관 투자가 필수였다”면서 “이제 국내에도 대형펀드들이 늘어나고 있어 국내 펀드들의 투자만으로 시리즈C이상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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