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택배업 재진출···우선은 로켓배송 물량에 초점
3자 물류 진출 가능성도···배송부터 물류까지 담당해 이커머스 1위 굳혀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쿠팡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가 국토교통부로부터 화물차 운송사업자 자격을 획득했다. 쿠팡은 이제 배송부터 포장, 재고관리를 아우르는 풀필먼트 서비스 진출을 시작으로 3자 물류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인 아마존의 행보를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는 전날 국토교통부로부터 화물자동차 운송 사업을 승인받았다. 이로써 쿠팡로지스틱스는 당분간 쿠팡의 로켓배송 물량에 집중하면서 장기적으로는 3자 물류에 진출할 계획이다.
쿠팡의 택배업 진출은 아마존의 FBA(풀필먼트 바이 아마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FBA는 재고관리부터 주문, 배송, 고객서비스(CS), 반품·환불 등 과정을 아우르는 아마존만의 주문 처리, 물류시스템이다. 아마존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풀필먼트에 있다.
아마존의 FBA를 좇는 해외 기업도 풀필먼트에 집중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 5대 택배기업 중 하나인 윈다 지분을 인수했고, 일본 야후재팬도 물류 기업 야마토와 손을 잡았다. 국내 이커머스 쿠팡이 풀필먼트를 확보하며 사업 확장에 나서는 이유다.
업계에선 쿠팡의 택배 사업 재진출은 상장을 위한 포석과 동시에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의 제휴를 의식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서비스는 자체 배송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오픈마켓 업체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네이버쇼핑과 손잡고 네이버의 최대 약점이었던 익일배송 서비스를 한 번에 해결해 네이버를 이커머스 선두권에 앉힌 바 있다.
쿠팡은 이미 아마존의 FBA를 벤치마킹한 로켓제휴를 도입한 상태다. 쿠팡이 입점 판매자의 물류를 종합 대행해주는 서비스로, 운송비를 절감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쿠팡은 물류센터와 배송시스템에 AI기술을 적용해 분류, 포장, 적재, 배송경로 등에 기술을 도입하고 지난 2년간 자동화 설비에만 4850억원을 투자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다.
로켓배송도 풀필먼트 개념을 도입한 당일 배송 서비스다. 다만 아직까지는 아마존과 차이가 크다. 쿠팡은 아직까지 직접 매입한 물건에 한해서만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쿠팡 입점 셀러들은 기존 방식대로 자신들이 직접 배송을 비롯한 모든 물류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여기에 쿠팡은 자체 물류뿐 아니라 타사의 물류까지도 위탁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자회사를 본격적인 풀필먼트 전문 물류회사로 키울 것이라는 것이 쿠팡 안팎의 전망이다. 쿠팡이 오픈마켓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도 아마존과 같은 풀필먼트 시스템을 미리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쿠팡은 네이버에 없는 자체 물류망을 이미 구축한 상태라 풀필먼트 서비스를 본격 시작하면 네이버에 비해 소비자 선호가 높아진다. 생필품뿐 아니라 더 많은 물건을 로켓배송으로 빠르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네이버, G마켓 등이 쿠팡보다 훨씬 많은 판매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충성고객 일부가 쿠팡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이 경우 쿠팡은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해 국내 이커머스 1위를 굳힐 수 있게 된다.
현재로서 쿠팡은 “다양한 배송서비스 도입, 확대를 통해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신청했다”면서 “로켓배송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3자물류 진출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쿠팡은 “우선 로켓배송 물류 처리에 집중하면서 3자 물류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쿠팡은 택배업 진출에도 기존 고용 원칙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쿠팡은 택배 관련 배송인력에게도 직고용, 주5일, 52시간미만의 근로조건을 적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