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수사·재판 지연에 법률시장은 위축
법원·검찰·변호사업계, 온라인 통한 돌파구 모색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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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법조계도 전 세계를 감염병 공포로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를 피해가진 못했다. 검·경 수사권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추미애-윤석열 갈등 등 굵직한 사회 이슈가 많았지만, 코로나19는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제도개선이 현실의 문제보다 중요할 순 없었다. 수사와 재판은 지연됐고 시장은 위축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법조계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됐다.

지난해 전국 법원은 수차례 셧다운 됐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지난 2월과 8월, 12월 총 세 번 휴정을 권고했다. 구속관련사건, 가처분사건, 집행정지 사건 등 긴급을 요하는 사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건이 재판 및 집행기일을 연기하거나 변경했다. 대법원은 사법부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하거나 휴정기간 이동을 자제하도록 했다.

‘원격 화상 재판’을 재활성화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원격 화상 재판은 1996년 처음 도입됐으나 대면중심의 문화, 영상재판에 대한 부정인식 등을 이유로 실적이 좋지 못했다. 24년 만에 코로나19로 기지개를 켜는 셈이다. 서울고등법원은 변론준비절차에 한해 영상재판을 적극 활용하도록 권고했다. 중앙지방법원과 대구지법 등에서 영상재판을 시도·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법률근거도 마련됐다. 특히 대법원은 기일 외에서 당사자와 변론준비절차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 인터넷 화상장치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영상 재판을 활성화 하는 민사소송규칙 일부 개정안도 마련해 시행했다.

검찰도 코로나19확산에 비상체계를 가동했다. 검찰은 지난 3월 검찰총장이 직접 지휘하는 코로나19 대응 본부를 출범하고 전국 18개 검찰청에 지검장이 지휘하는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다. 대검은 중대흉악범죄를 제외하고 구속수사를 자제하고, 구속이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체포 또한 자제하도록 했다. 재소자, 피의자, 참고인 등 사건 관계인에 대한 소환조사도 자제하도록 했다.

디지털을 활용한 업무는 검찰에서도 시행됐다. 검찰은 언텍트 시대에 맞춰 쌍방간 조정이 필요한 사건의 경우 ‘원격 화상조정’을 활용했다. 대전지검의 경우 원거리 거주, 코로나19 등 건강상 사유 또는 가해자와 직접 대면에 스트레스를 가진 패하자들을 위해 다자간 화상콜이 가능한 앱을 활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화상콜이 익숙한 세대 층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나 쟁점이 복잡한 사안보다 감정적 다툼으로 인한 폭행, 모욕, 경미한 사기 등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했다”며 “원거리 거주 당사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위축이라는 여건 속에서도 변호사 업계는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사건상담을 위해 사무실을 찾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줄어들자 전화나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법률상담’을 늘리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전화나 메신저, 영상을 통한 화상 법률상담 등이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변호사들도 증가하고 있다.

한 중견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사무실을 찾는 것을 걱정하는 의뢰인들을 위해 화상 장비를 구입해 비대면 상담과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거리가 먼 의뢰인들은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며 “지방에 거주하는 의뢰인들에게도 연락이 오는데 코로나19 이후 시장이 지방으로 확대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는 “부동산 중개시장은 과거 오프라인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온라인 플랫폼이 대세가 됐다”며 “법률시장 역시 이 같은 변화를 피해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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