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기존 구역 중 공공재개발 후보지 발표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에 거리 둘 것’ 전망에 공공 선정 기대감 더 커져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공공재개발 사업지 선정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공공재건축과 달리 분양가 상한제와 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되지 않는 등 많은 인센티브 제공으로 공공재개발을 신청한 사업장이 많았는데 발표가 임박하면서 분위기도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오는 14일 공공재개발로 정비사업을 추진할 구역을 선정한다. 앞서 서울시는 총 70곳으로부터 공모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 가운데 14구역이 기존 정비사업 구역이며 56곳이 아직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신규 구역이다. 내주에는 기존 정비구역 가운데 사업지를 선정하게 된다. 신규 구역의 경우 지자체의 사전타당성 검토에 해당하는 적정성 판단 과정과 사업지 분석, 개략계획 수립에 수개월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3월께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흑석2구역, 거여새마을, 한남1구역 등 기존 사업지역은 발표가 임박하면서 술렁이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신임 장관이 공급물량 확대를 강조하면서도 그간 밝혀온 신념으로 볼 때 민간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와는 거리를 둘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후보지들은 선정에 더욱 목을 매는 모습이다. 실제 변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말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공공이 주도하는 공공재개발과 재건축이 (규제완화 대책 가운데) 현재로서는 가장 적극적인 수단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민간주도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기존 구역이든, 신규 구역이든 가릴 것 없이 노후도가 높아 시장에서 선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는 후보지 일각에서는 투자 목적의 거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재개발 사업 진행 이후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기존 매물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양천구 신월7동의 경우,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탓에 건축물 고도제한이 있어 정비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으로 평가됐지만 공공재건축을 신청한 이후로는 매물 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신월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공공재개발 신청 이후 반지하도 평당 250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마저도 매물이 없다”며 “양천구에서 유일하게 공공재건축을 신청했고 동의율도 높은데다 주민들간의 단합도 잘 되는 편이기 때문에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며 매물가격도 높아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자치구별 안배가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제안이 나오면서 인근 사업지와의 언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앞서 김호진 서울시의원은 “공공재개발은 주민의 주거안정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공적자원을 통해 이루어지는 중요한 정책”이라며 “소외되는 지역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치구별 최소 한 곳의 사업장은 선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7곳의 사업구역이 공공재개발을 신청한 성북구 주민들 사이에서는 날 선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성북1구역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동의율이 76.4%로 70여곳 후보사업지 가운데 가장 높아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장위8구역 주민은 “성북1구역 보다 노후도가 훨씬 심각한 우리 구역이 되지 않겠나. 옆의 새 아파트랑 연계돼 주거환경이 훨씬 더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위9구역 관계자는 “선정평가기준에 구릉지 우선 선정이라는 점 때문에 가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시장에서는 공공재개발 기대감에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말한다. 개발을 앞두고 건축업자들이 무분별하게 다가구주택 등을 지어 분양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공공재개발 지역 내 신규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산정기준일은 공모공고일인 지난해 9월 21일로 제한돼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9월 22일 이후 기존의 단독주택 형태의 집을 허물고 다가구 주택을 건축허가를 지은 집을 매수한다 하더라도 기존 단독주택 소유주 1명만이 분양대상자가 될 뿐, 주택을 신규 취득한 이들은 입주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개발이익을 기대한 투기자금 유입을 차단하고, 정비사업 추진의 장애가 되는 신축행위 및 조합원 수 증가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신임 국토부 장관이 그동안 임대주택 공급,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 등의 필요성을 꾸준히 역설해온 만큼 공공재개발 추진에 적극적일 것이라는 점이 열기를 더하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올해 공공재개발 후보지를 선정해도 입주까지 최소 5년은 걸릴텐데 그렇게 되면 정권이 바뀔 수 있어 정책 활성화와 정착을 보장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