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등 지역사회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에 유감 표시
“조선업 활성화보다 부동산 개발 눈독···최대 1조원 이익”
동부건설 해명에도 반발 거세···“4월 보궐선거 앞두고 정치 논리 더해져”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 전경 / 사진=한진중공업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 전경 / 사진=한진중공업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한진중공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계약을 앞두고 난감한 상황에 처한 모습이다. 부산광역시와 시의회,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가 매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조선업에 문외한 동부건설이 경영정상화보다 부동산 개발 이익을 노리고 한진중공업을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동부건설의 잇따른 해명에도 반발이 거센 만큼 앞으로 인수 과정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최대주주이자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국내 금융권기관으로 구성된 주주협의회는 조만간 동부건설 컨소시엄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동부건설과 NH PE-오퍼스PE 등으로 이뤄진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달 22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초 지역 사회에선 동부건설 컨소시엄을 포함한 인수후보 기업들이 조선업과 관련이 적어 지역 경제 근간이 되는 조선업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조선소를 폐쇄한 뒤 조선소 부지를 개발해 이익을 챙기고 조선소 직원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 한진중공업 인수에 나선 기업들은 영도조선소의 대체부지를 찾아 조선부문을 이전한 뒤, 남은 부지를 개발하려는 계획을 세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인수후보들은 이전 비용 등을 산정하며 인수를 가정한 경영계획을 설계해왔다.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에 선정된 이후에도 부산 민심은 들끓었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진중공업 조선업 정상화와 고용 유지가 어려운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본입찰에서 제시한 ‘조선업·고용 유지 의무 기간 3년’에 대한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달 29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투기자본 매각 저지 시민대책위와 시의회, 한진중공업 노조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태생이 투기자본이며 고용유지 의무 기간인 3년이 지나면 조선소를 없애고 부동산 투기에 나설 것이 명백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 역시 “컨소시엄이 제시한 3년은 채권단이 요구한 최소 기간에 불과하다”며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부산 시민들에게 최소 7~10년 이상 조선업 유지와 고용 유지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장기적으로 영도조선소 부지를 개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나온다. 주변 개발로 인한 부지가치 상승으로 인해 자의건 타의건 영도조선소의 부지개발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어서다. 부동산 개발 시 예상 인수금액(4000억~5000억원)을 뛰어넘는 최대 1조원의 수익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시민들은 부산시에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시는 “개발 이익을 추구하면 용도변경(공업부지→상업부지)을 불허하겠다”고 밝혔으나, 시민단체들은 부산시와 부산시의회가 ‘용도변경 불허 선언’ 등 강력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동부건설은 항간의 우려에 대해 “한진중공업은 조선업 중에서도 방산 특수선 제작에 특화돼있는 등 기업 정상화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는 기술 재료가 풍부하다”며 “과거 상선 선박 건조 기술력과 기술인력을 통해 상선건조가 충분히 가능해 방산 특수선 및 중소형 상선 사업 포트폴리오도 보강해 현재의 가동률을 높이면 회사 정상화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주식매매 계약에 따라 한진중공업 인력의 고용 승계를 보장하고 기술력을 살려 제대로 된 회사로 만드는 게 목표다”며 “부산 영도조선소 부지 매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부건설 측의 잇단 해명에도 인수 반대 움직임이 거세 인수 과정은 난항이 예상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이 지니는 상징성과 경제적 파급력이 큰 만큼,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지역 사회에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고 설득을 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인수전은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경제적 판단뿐만 아니라 정무적 판단까지 들어갈 수밖에 없어 인수 과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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