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신년사 통해 연이어 개편 필요성 주장···‘감독정책·집행 기능 일원화’ 강조
송재호·유동수 등 여당의원, 공감대 형성···“감독 소홀 책임 돌리기” 비판도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나눠져 있는 금융감독정책 기능과 금융감독집행 기능을 감독기구로 일원화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안이 금융권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는 지난해 사모펀드 사태 이후 수면 위로 떠올랐으며 최근에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발언들을 통해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윤 원장은 학자 시절부터 금감원 독립, 금융위 해체 등을 주장해왔던만큼 남은 임기 동안 본인의 숙원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여당 의원들도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법개정 등의 실제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5월 초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윤 원장은 남은 4개월 가량의 임기동안 금융감독체계 개편 작업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윤 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자리에서 금감원 독립방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예고했으며 지난해 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외사례를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4일 신년사를 통해서도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윤 원장은 “IMF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금융산업 육성정책과 감독정책 간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감독정책과 집행의 일원화를 강조하고 있다”며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금융사고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고 이를 통해 금융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어떤 것이 효과적인 금융감독체계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키코사태 피해 배상과 함께 윤 원장의 대표적인 숙원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금감원장이 되기 전 학계에 있을때부터 윤 원장은 감독기관 독립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으며 더 나아가 금융위 해체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윤 원장이 지난 2012년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 빈기범 명지대학교 교수 등과 함께 발표한 ‘금융감독체계 개편, 어떻게 할 것인가’ 보고서는 ▲금융정책업무의 감독정책업무압도 ▲금융감독정책업무와 집행업무의 분리로 인한 비효율 ▲금융감독 실패 책임 소재 불분명 등을 현 금융감독체제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금융위 및 금융위 사무처의 일부 업무를 감독기구로 배치하고 금융위 업무 중 금융감독과 무관한 업무들은 기획재정부로 이관할 것으로 제안했다.
최근들어 윤 원장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사모펀드 사태 원인 규명 과정에서 금융감독 체계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현행 금융감독체계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만들어졌기 때문에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 관련 화두를 처음 던진 인물 역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송재호 의원이며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적으로 금융감독체제 개편을 요구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해 금융산업정책은 기재부로 이관하고 금융위를 민간 중심의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해 금융감독 기능만 갖도록 하는 것이 대형 금융사고를 막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국회 입법조사처가 금융감독체계 개편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주요 국가 중 금융감독 기능이 정책과 집행으로 분리돼 있는 사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며 이러한 기형적 구조 때문에 금융감독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
송 의원과 유 의원 외에도 이용우 의원, 오기형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등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174석을 갖고 있는만큼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과 ‘정부조직법’ 개정이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개정을 추진하기에는 아직까지는 동력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장관급 기관을 없애는 대규모 변화에는 국민적 여론이 필수적으로 형성돼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국민들의 관심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한 금감원의 감독 소홀 책임을 금융감독체계 탓으로 돌리려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 해체 또는 감독정책 기능 이관 등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면 금융위 쪽에서도 거센 반발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한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여론이 형성이 돼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윤석헌 원장이 연이어 공개적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에는 이러한 이유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윤 원장의 남은 임기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임기 내에 개편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