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증권주 연일 순매수···1월 효과와 브로커리지 성장 기대
국내 주식시장 저변 확대에 따른 증권업 밸류에이션 재평가라는 시선도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주식시장 활황으로 증권주도 들썩이고 있다. 특히 새해부터 증권주를 사들였던 주체가 동학개미가 아닌 외국인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통상 증권주 상승은 끝물 혹은 후행지표라고 알려져 있지만 외국인이 연일 증권주를 사들인 것을 놓고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외국인, 증권주 ‘사자’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4일부터 전날까지 3거래일 동안 국내 상장된 증권사 주식을 연일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은 올해 첫 거래일인 4일 코스피에서 843억원을 순매수했지만 5일 2089억원가량을 순매도했고 6일에도 4022억원을 순매도했다. 총 3일간 5269억원가량을 순매도한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같은 기간 증권주는 꾸준히 사들였다. 외국인들은 삼성증권과 한국금융지주 주식을 150억원,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은 1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이외 키움증권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DB금융투자,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국내 대부분의 증권주에 대해 순매수했다. 증권주는 이러한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연초부터 상승세를 탔다.

외국인들의 증권주 매수를 놓고 1월 효과를 노린 투자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1월 효과는 연초에 증권주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으로 연말 양도소득세 등의 이유로 주식을 매도했던 사람들이 다시 증시에 돌아오면서 증시가 상승세를 타는 현상이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분야 수익급증에 투자초점을 놓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첫거래일인 4일 코스피 증시거래대금은 25조113억원으로 직전 거래일인 지난해 12월30일 17조9288억원보다 7조원이상 급증했다. 증시거래대금은 5일 26조5484억원, 6일 29조2718억원 등 매일 신기록을 쓰고 있다.

투자자예탁금도 새해 들어 기존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놓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으로 주식을 매수하기 위한 대기자금인데 통상 투자자예탁금이 늘어날수록 주식매수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해 말 65조원을 넘어섰고 이달 4일 68조2873억원, 5일 69조4409억원 등 연일 급증하고 있다.

김도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연초부터 증시 거래대금이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환경은 증권주에게 더할 나위 없이 우호적”이라며 “올해 IPO 공모규모도 역대 최대수준으로 예상돼 예탁금 지속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 증권업종 재평가 시선도

통상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매수는 단기투자보다는 장기투자 성향이 강한 편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에 최근 외국인들의 증권주 매수가 국내 증권업종에 대한 밸류에이션 재평가 차원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에 코스피가 11% 상승하는 동안 증권업 지수는 2% 상승에 그쳐 상대적으로 부진했는데 증권업종이 소외될 이유가 없다”며 “올해 증권사 기업금융(IB)을 비롯한 전 사업부문의 실적개선이 예상되는 점을 고려할 때 증권주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동학개미운동을 통해 주식투자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국내 증권업종 전반에 대한 평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도한 연구원은 “2020년 증권사 실적 호조를 견인한 증시 거래대금 폭증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투자자 수가 늘었다는 부분”이라며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과 경험이 보다 많은 사용자에게 폭넓게 공유된 만큼 유동성 축소 이후에도 과거보다 높은 예탁금 수준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두산 연구원은 “20~30대뿐만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 만성적인 자금 초과수요 상황”이라며 “자기자본대비 신용공여한도 규제를 고려하면 올해 말에는 개인 신용공여가 지금보다 1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