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포함한 주요 경제단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업 경영난 심화···중대재해법은 기업에게 부담될 것"
"사업주 징역 하한 규정을 상한 규정으로 바꾸고 사업주 처벌을 최소한 반복적인 사망사고로 한정지어달라" 요구
[시사저널e=차여경 기자] 국회가 오는 8일 본회의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가운데, 경제계를 비롯해 중소기업계에서도 법안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대부분 오너와 대표가 같은 상황에서, 사업주를 처벌할 경우 사고 사후처리나 재발방지가 어려워진다고 호소했다.
6일 주요 경제단체 10개사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계가 그동안 뜻을 모아 중대재해법 제정 중단을 수차례 호소해왔지만, 여야가 제정에 합의한 것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발표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가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업들이 경영난을 수습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중대재해법 제정 추진으로 기업들의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며 "법 제정이 필연적이라면 최소한 세 가지 사항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대재해법은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기업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와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법안이다.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기업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정부가 제시한 ‘2년 이상 징역 또는 5000만~10억원 벌금’보다 처벌 수위가 완화됐다.
또한 소상공인들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회 법사위는 상시 근로자수가 10인 미만이고 연 매출이 10억원 이하인 소상공인과 점포 규모 1000 제곱미터(302.5평) 미만인 자영업자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중대재해법에 중소기업의 목소리는 빠져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대표가 대부분 기업지분을 가진 오너라서, 징역 처벌시 사고의 사후처리나 재발방지 처리를 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소기업들이 지켜야할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안전의무조항이 1222개가 되는 가운데, 중대재해법까지 더해질 경우 중소기업 형편상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그동안의 장기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기업들이 경영난을 극복하는데도 한계에 이르고 있다. 중소기업 99%는 오너가 대표다. 이 현실을 감안해 최소한 기업이 현장에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사업할 수 있도록 입법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중대재해법은 중기중앙회 회장으로 있는 동안 나온 법 중 기업에 가장 강도 높은 부담을 주는 법이 아닌가 싶다"며 "경제계가 여러 차례 호소할 경우에는 국회에서도 (기업들이) 왜 그러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계를 포함해 기업들은 중대재해법 내 조항들을 완화해달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현재 입법안의 사업주 징역 하한 규정을 상한 규정으로 바꿀 것 ▲중대재해로 인한 사업주 처벌 기준을 최소한 '반복적인 사망사고'의 경우로 한정할 것 ▲사업주가 지켜야 할 의무규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 의무를 다했을 때는 면책할 수 있게 해줄 것이 경제단체가 요구하는 조항이다.
경제단체들은 "중대재해법이 과실범에 대한 법규인 점을 고려할 때 직접적 연관성을 가진 사람보다 간접 관리책임자인 사업주를 더 과도하게 처벌하는 것은 법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반적인 산재사고의 경우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해도 이미 다른 해외 선진국들보다 처벌 수준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중기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안전보건조치 위반시 사망사고 사업주 처벌 수준은 영국, 싱가포르에 비교해서도 세다.
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은 “국내외 건설현장은 12만개가 넘는다. 대형업체는 한 업체당 300개에 육박한다”며 “경영자가 해외 현장까지 있는 상황에서 일일이 현장을 챙길 수 있나”며 “기업 처벌이 아닌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선진국처럼 산업안전 정책을 예방 위주로 전환해달라”고 법 제정 중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