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강남구 개포동 12건 가운데 8건이 신고가
‘이 가격 상투 아닐 듯’···올해 주택시장 전망 상승도 역대급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빈틈없이 조여둔 대출로 서울 강남권 주택거래량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서도 무더기 신고가가 나왔다. 통상 주택시장에서는 많은 거래를 동반하면서 한 건 한 건 거래될 때마다 시세가 상승하는 형태를 보인다. 그런데 최근에는 거래가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문드문 있는 속에서도 최고가 기록이 나온다는 게 예년과 다른 점이라고 시장에서는 입을 모은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과 30일 이틀 간 개포동 매매거래 신고 12건 중 8건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기록은 신축, 구축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에서 나왔다. 래미안블레스티지 59㎡는 이전 최고가인 19억5000만원 대비 1억5000만원 높은 21억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고, 바로 옆 단지인 디에이치아너힐즈 59㎡도 이전 최고가인 20억50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높은 21억7000만원 기록을 썼다. 이들 거래를 포함해 신고가로 기록된 8건 중 1건을 제외한 7건이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한 20억원대 고가아파트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부는 지난 2019년 12·16 부동산 안정화대책을 통해 15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선 주택담보대출을 막았다.
이미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고가주택이 더 몸값을 높여 신고가에 거래되는 배경에는 시장 매물 잠김 현상이 자리한다. 수요는 여전한데 살 수 있는 주택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2017년 발표한 8·2 대책 영향이다. 당시 대책은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단지의 조합원 지위 양도, 즉 매도를 금지했다. 단 조합원이 해당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했고 5년 이상 실거주했으며 1주택자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조건을 갖추지 않았으면 내 집이지만 사고 팔 수 없기 때문에 대책 발표 당시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개포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해당 조건을 다 갖추고 매도의사까지 있는 매물을 섭외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해 6월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발표된 재건축 조합원 입주권 자격 부여 강화 정책은 가뜩이나 매물 부족 현상으로 시름하는 시장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당시 정부는 올해부터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는 단지의 조합원은 2년 이상 해당 아파트에 실거주해야만 입주권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투기세력의 재건축 시장 유입을 차단하려는 목적에서 내놓은 대책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규제의 역설로 돌아왔다. 강남권 노후 단지 상당수가 해당 요건을 피하기 위해 부지런히 사업 속도를 내며 지난해 12월까지 조합설립신청을 낸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2차를 비롯해 서초동 삼호가든5차,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송파구 한양2차 등이 규제를 피해 막차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앞서 나온 8·2 대책의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로 자연히 이들 단지 매물은 잠기게 됐다. A씨는 “개포동에서는 개포주공6·7단지도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냈고, 곧 인가가 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동네만 두고봤을 때 개포주공1단지(5040세대), 개포주공4단지(2900세대), 개포주공5단지(940)세대에 이어 개포주공6·7단지(1960세대)까지 거래가 막히는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거래 가능한 매물이 적다보니 수요자가 대기중인 현 상황에선 계약될 때마다 신고가가 나오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며 “정부도 시장과 싸우려는 게 아닌 시장경제에 입각한 대책을 내놓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주택시장도 지난해와 분위기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대세 상승 전망의 대표적 이유로는 매물부족을 꼽고 있다. 부동산114가 전국 1439명을 대상으로 2021년 상반기 주택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9%가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해당기관은 지난 2008년부터 관련조사를 시작한 이래 이번 상승응답 비중이 가장 높았다고 덧붙였다.
상당수 전문기관도 상승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발간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역시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주택 매매가격은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노력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둔화되다가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상승폭이 다시 확대됐다”면서 “2021년 이후 주택 매매가격은 입주물량 감소, 전셋값 상승 등으로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앞서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2021년 건설·주택경기 전망 세미나를 열고 내년 전국 집값 변동률을 2%(수도권 1.5%, 서울 1%)로 각각 예측한 바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21년도 부동산시장 전망에서 올해 전국 집값 상승률이 1.5%(서울은 1.5%, 수도권은 1.4%) 가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