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래 “정점 상태거나 완만하게 지나가”···지역 확진자, 집단발병 사례, 재생산지수 등 감안
대다수 감염병 전문가 “정점 판단은 시기상조” 유보적 입장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정점 상태라고 밝혔다. 반면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점 판단이 다소 이르다며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이번 3차 유행 확산이 저지되고 있다”며 “현재는 일시적 정점 상태에서 분기점에 위치해 있거나 혹은 정점을 완만하게 지나가고 있는 중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손 반장이 이같은 견해를 밝힌 것은 일정 근거가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1주일(2020.12.27∼2021.1.2)간 지역발생 확진자는 하루 평균 931.3명꼴이다. 직전 1주(12.20∼12.26) 1017명과 비교하면 85.7명 감소한 수치다. 특히 이 중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60세 이상 고령 환자는 하루 평균 284.1명이다. 일주일 전(318.1명)에 비해 34명 감소했다.
또 최근 1주일간 새롭게 발생한 집단발병 사례는 총 21건이다. 직전 1주일 53건의 절반 아래로 낮아졌다. 확진자 1명이 주변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감염 재생산지수’는 1.11에서 1.0으로 떨어졌다. 감염 재생산 지수가 1을 넘으면 유행 확산, 1 아래로 떨어지면 확산 억제 상황이 된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정점 주장에 대해 대부분 감염병 전문가들은 다소 이르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현장 분위기와 다르기 때문에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의 정점 주장은) 아니다”라고 정리했다. 천 교수는 “지난 2일 신규 확진자 숫자가 일부 감소한 것은 날씨가 춥고 특히 검사 숫자가 적었기 때문”이라며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확진자 비율이 초창기 0.1%에서 0.58%로 늘어나는 등 특히 무증상감염이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겨울 바이러스 활동이 강한 시점에서 중국발 변이바이러스가 들어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최근 정부가 골프장과 스키장 영업을 허락하는 등 방역지침도 혼란하고 애매모호하다”고 비판했다. 천 교수는 “오는 5일과 6일 발표되는 확진자 숫자와 내용을 지켜봐야 향후 코로나 확산세 전망이 가능하다”며 “신규 확진자가 올라갈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 추세를) 정점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며 “정부는 코로나 관련 정보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정점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정리했다.
김 교수는 “4일부터 전국적으로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등 정부가 확진자 증가를 최대한 막고 있는 상태”라며 “미국도 추수감사절 연휴와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난 뒤 확진자가 반등한 사례가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같은 언급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각각 3일간 연휴가 끝난 상황에서 향후 흐름을 전망하기 어렵지만,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번 주 중 신규 확진자 흐름을 봐야 한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점 여부에 대한) 판단이 이르다”고 정리했다. 엄 교수는 “현재 확진자가 예를 들어 1200명에서 1500명 사이로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가 아니다”라며 “그렇다고 확진자가 감소하는 추세도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확진자가 증가하거나 감소한다는 표현은 몰라도 정점이라는 표현은 사용하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흐름을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점이라는 표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엄 교수는 “이번 주 몰아닥칠 추위가 코로나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모르겠다”며 “오는 15일까지 봐야 확진자 증감 여부를 전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확산이 정점 상태라기보다는)정점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최근 2주 동안 일별 신규 확진자가 1000명 내외를 기록하며, 그 이하로 안 떨어지고 있다”면서 “향후 확진자가 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 관료의 한마디 말이 얼마나 중요한 지 정작 당사자들은 모르는 것 같다”며 “전문가들이 정리한 대로 현재 상황을 코로나 확산의 정점으로 보기에는 다소 이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