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주액 351억 달러 돌파, 5년 만에 최대
중동·중남미 대규모 발주 급증
아시아·중남미 건설시장 올해 5% 이상 성장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 건설업계 해외수주 실적이 직전년도 실적을 훌쩍 뛰어넘으며 선방한 가운데 올해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올해는 백신 보급으로 인한 코로나19 진정세와 경제 회복으로 세계 각국이 인프라 투자 활성화 정책을 비롯한 건설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점쳐진다. 

◇중동, 국제유가 회복세에 하반기 발주 늘어···중남미, 전년 대비 35배 급증 

4일 해외건설협회 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액은 351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5년 461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다. 223억 달러의 수주액을 기록했던 2019년과 비교하면 50% 이상 급증한 것이다. 수주 반등은 국내 건설사의 텃밭으로 불린 중동과 신흥시장인 중남미의 수주 영향이 컸다.

해외건설 수주액 추이/ 자료=해외건설협회

국내 건설사들은 지난해 중동에서 133억 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전년 47억 달러 대비 2.5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올해 전체 수주액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32.7%에 달했다. 중동은 올해 초 코로나19 충격으로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19달러까지 급락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어두웠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까지 회복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이라크 등 중동 국가들의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를 시작하면서 시장이 회복됐다.

중남미의 수주액도 대폭 늘었다. 중남미 수주액은 2019년 2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69억 달러로 35배나 급증했다. 이는 196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최근 3년간 아프리카에도 뒤처진 중남미 수주 비중은 올해 전체의 20%까지 늘었다. 현대건설이 파나마에서 ‘파나마 메트로 3호선 사업’(28억4000만 달러)을, 삼성엔지니어링이 멕시코에서 ‘도스보카즈 정유공장’(37억 달러)을 수주했다.

◇아시아·중남미 건설시장 상승 전망···“각국 부양책으로 인프라 투자 활성화 기대” 

올해 해외수주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경제 회복 기조 속에 중동과 아시아·중남미 발주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글로벌시장 조사업체 IHS마켓 따르면 올해 세계 건설시장은 지난해보다 4.8% 성장한 11조30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은 1.7% 상승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경기 부양을 위해 133억달러(14조원)를 토목·건축 사업 등에 투입할 계획이며 카타르는 가스전을 비롯해 2022년 월드컵 개최를 위한 1500억달러(164조원)를 쏟아붓는다.

연초부터 해외수주 낭보를 전했던 중동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가 요동치면서 발주 지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해 중동 건설시장은 지난해보다 1.7% 상승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많은 중동국가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준비 중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국내 건설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아시아와 중남미에서 각각 6.6%와 5.5%의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베트남에선 정부 최우선 프로젝트인 587억 달러 규모의 북남고속철도가 예정됐다. 태국에서는 3개의 공항을 연결하는 70억 달러 규모의 철도사업이 계획됐다. 인도네시아는 신수도 이전 사업으로 25개의 신공항사업이 예정됐다. 브라질에서는 향후 5년간 철도망 프로젝트에 28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은 아직 존재하지만 백신 보급이 점차 확대되면 지난해 상반기와 같이 전면 봉쇄·이동제한 조치는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점진적인 경제 회복으로 건설 분야 투자심리 회복과 각국의 부양책으로 인프라 투자 활성화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연기된 발주물량까지 진행되면 해외수주 수주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