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사모펀드 여파 여전···NIM하락세 지속·충당금 확대로 실적 악화
中企지원 등 공적 역할 확대···디지털 역량 강화 노력 지속

4대 시중은행/사진=연합뉴스
4대 시중은행/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 2020년 국내 은행권은 각종 위기 속에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발생한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관련 리스크가 올해 초까지 이어졌으며 라임자산운용 펀드, 옵티머스 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가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확산되면서 은행권에도 그 불똥이 튀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했고 그 영향으로 은행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여기에 대손충당금 전입 문제도 겹쳐 은행들은 실적이 지난해보다 악화됐다. 뿐만 아니라 중소상공인 금융지원, 주식·부동산 시장 과열로 인해 대출액이 크게 늘어나 부실의 위험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외에도 케이뱅크 영업 재개,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 등의 변화도 함께 일어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은행들의 노력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끝나지 않은 DLF·사모펀드 사태 악몽···리스크 장기화 불가피

지난해 은행권을 뒤흔들었던 DLF사태는 올해 초까지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다줬다.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했고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이유로 둘 모두에게 ‘문책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사 임직원은 향후 3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에 당시 3월말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던 손 회장은 연임이 불가능해질 위기에 놓였다. 함 부회장 역시 차기 하나금융 회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두 그룹 모두 큰 충격에 휩싸였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내부 논의 끝에 손 회장 연임 결정을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렸고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통해 징계효력을 정지시킨 후 3월 주주총회에서 3년 연임을 확정지었다.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었던 함 부회장은 지난 6월 가처분 신청을 해 효력을 정지시켰다.

다만 손 회장과 함 회장 모두 아직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DLF 관련 리스크를 해소하지는 못한 상태다. 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인해 이달 예정됐던 재판 일정이 모두 연기돼 행정 소송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모펀드 사태는 금융권을 넘어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확산됐다. 야당 의원들은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에서 전략공천으로 출마한 경력이 있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친분 관계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옵티머스 사태에 권력형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라임펀드 사태 역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서신 폭로로 인해 검찰 수사 비리 의혹으로 번졌다. 이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윤석열 검찰총장 지휘 배제 등으로 이어졌고 라임펀드 수사팀이 교체됨에 따라 은행권이 다시 한 번 고강도 조사를 받기도 했다. 금감원이 내년 상반기 은행권에 대한 라임펀드 사태 제재심을 개최할 예정이기 때문에 사모펀드 사태 관련 리스크도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 기준금리, 1.25%에서 0.50%로···낮아지는 수익성에 충당금도 ‘부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0.50%로 0.75%포인트 인하했다. 3월 임시금통위를 열어 0.50% ‘빅컷’을 단행했으며 경기 회복세가 더딘 모습을 보이자 5월 0.25%포인트를 추가 인하했다.

0%대 기준금리는 이전부터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순이자마진(NIM) 하락세를 겪고 있던 은행들의 경영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신한은행의 경우 NIM이 올해 1분기 1.41%에서 3분기 1.36%로 0.05%포인트 하락했으며 KB국민은행도 1.56%에서 1.49%로 0.07%포인트 악화됐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같은 기간 0.06%포인트, 0.05%포인트 낮아졌다. 지방은행들 역시 동일한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선제적 대손충당금 전입도 상반기 은행권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 상반기 동안에만 신한금융그룹은 1850억원의 코로나 관련 충당금을 적립했으며 KB금융그룹도 상반기 2060억원 규모의 추가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하나금융의 충당금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2781억원 늘어났으며 우리금융도 미래전망을 반영해 2375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했다. 수익성 악화, 대손충당금 확대의 영향으로 지난 3분기 4대 시중은행의 당기순익은 모두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코로나19 지원·‘영끌 투자’로 늘어나는 대출···가계대출 강화에 저축은행 풍선효과도

올해는 은행들의 공적 역할이 빛났던 1년이기도 하다. 은행들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며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에 대한 대출을 확대했다. 지난 1월과 2월 각각 5조4000억원, 5조3000억원을 기록했던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3월 8조원으로 늘어났고 4월과 5월 각각 16조6000억원, 1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6월에는 일시적으로 4조9000억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이후 11월까지 매월 6조~8조원 가량의 증가액을 기록하고 있다.

단순한 대출 공급뿐만 아니라 대출 만기 유예, 이자상환 유예 등의 지원도 함께 이뤄졌다. 애초에 정부의 대출 만기 유예, 이자상환 유예 조치는 올해 9월말까지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장기화로 내년 3월까지 연장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자상환 유예 조치로 인해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적기에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반기 들어서는 주식·부동산시장 과열의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 5월까지만해도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원 수준이었으나 6월과 7월 점차 늘어나 8월 1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11월에는 13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증가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리스크 관리 등을 이유로 지난 9월부터 은행권에 가계대출 조절을 주문해왔으며 11월에는 새로운 가계대출 규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은 연말까지 신용대출 취급은 제한하는 등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 대한 풍선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저축은행업계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총 9000억원으로 전월(7000억원) 대비 2000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동기(2000억원)와 비교하면 무려 4배 이상 증가했다.

◇케이뱅크 영업 재개·빅테크 기업 공습···은행, 디지털 강화 총력

인터넷전문은행 업계도 올 한해 큰 변화를 맞이했다. 우선 KT의 대주주적격성 심사 문제로 인해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었던 케이뱅크가 오랜 기간 개점휴업 상태를 깨고 영업을 재개했다. 케이뱅크는 KT 대신 KT의 계열사인 BC카드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증자방안을 마련해 지난 6월 유상증자, 신주발행을 통한 3966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단행했다.

이후 7월 신용대출 상품 3종을 출시하며 대출영업을 공식적으로 재개했으며 8월에는 은행권 최초 100%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상품(대환 대출)을 출시해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상장을 목표로 현재 IPO작업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 말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았던 토스뱅크도 내년 7월 출범을 목표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네이버로 대표되는 거대 IT기업들은 은행들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해 금융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네이버 파이낸스는 올해 6월 미래에셋대우와 제휴해 테크핀상품 ‘네이버통장’을 출시했으며 7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SME대출’(중소판매업자대출) 상품 출시 등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은행권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인재 영입 등 디지털 부문 강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NH농협은행은 지난 7월 신임 디지털금융부문장(CDO, 부행장)으로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를 영입했으며 신한은행도 이달 초 김혜주 전 KT 상무와 김준환 전 SK주식회사 C&C 상무를 각각 Data Unit장, Mydata Unit장으로 영입했다.

또한 국민은행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서 ▲마이데이터플랫폼단 ▲리브모바일플랫폼단 ▲미래컨택센터추진단 ▲클라우드플랫폼단 등 디지털 핵심 사업을 추진할 별도 조직을 만들었으며 우리은행도 디지털 혁신과 영업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영업·디지털그룹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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