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반사이익 누렸지만 영업수익은 여전히 하락세
비용절감으로 실적 방어···전형적 ‘불황형 흑자’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카드업계는 예상외 실적을 거두며 악조건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대면 결제 증가, 대출 수요 급증에 따라 늘어난 카드론 등 코로나19 반사이익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영업수익 감소를 상쇄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 감축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영향이 커 ‘불황형 흑자’에 대한 고민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 코로나19 불황에도 실적 호조세···온라인결제·카드론 이용 늘어
3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8개 전업계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우리·하나·롯데·비씨카드)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683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953억원) 대비 20.7% 증가했다.
실적 향상의 배경에는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소비 증가가 한몫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3분기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22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증가했다. 오프라인 결제가 줄었지만 온라인 시장 비중이 크게 확대되면서 전체 승인금액 증가를 견인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금난을 겪는 소상공인 및 영세 자영업자가 늘어나면서 카드론 이용도 급증했다. 비씨카드를 제외한 전업계 카드사 7곳의 올 3분기 기준 카드론 취급액은 35조31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조3471억원) 대비 12.7% 늘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나 중·저신용자들이 급전을 빌리기 위해 대거 카드론에 몰린 점이 이용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카드론 이용액이 늘어나면서 카드론 수익 역시 지난해 3분기 2조9028억원에서 올해 3조512억원으로 5.1% 증가했다.
카드론 이용액이 늘면서 관련 수익이 확대됐다는 점은 일견 긍정적으로 보이나 문제는 대출 부실 위험이다. 카드론은 금리가 연 15~20% 수준으로 시중은행 대출에 비해 금리 부담이 높은 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면 높은 금리를 감당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카드사의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익원 다각화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카드사들이 카드론 사업을 신경쓰는 추세다”라며 “올해 들어서는 생활자금 성격의 급전을 빌리는 수요가 카드론에 많이 몰리고 있어 리스크 관리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실적 선방 이면에는 ‘불황형 흑자’···“낙관하기 어려워”
예상 밖 실적 호조세에도 카드사들은 마냥 웃지 못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가맹점수수료 인하 영향이 계속되면서 영업수익은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3분기 기준 8개 전업계 카드사의 누적 영업수익은 15조2369억원으로 전년 동기(16조4366억원) 대비 7.3% 하락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연휴, 여름 휴가, 추석, 수능 등 관행적으로 진행해온 이벤트도 대폭 축소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영업비용도 전년 대비 11.4% 감소했다. 결국 마케팅에 투입되는 비용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면서 비용절감을 통해 실적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악재에도 실적 방어에 성공하긴 했지만 전반적인 영업수익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카드사의 주 수익원인 수수료 부문에서는 몇 년째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비용 절감을 통해 줄어든 영업수익을 상쇄하는 방식의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 실적이 개선됐다고 해서 상황을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