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규제 우려’ 조합들 연내 시공사 선정 서둘러
현대건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중견사도 1조원 클럽 가입
분양시장 호황에 주택공급 목표 달성 ‘선방’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올해 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과 주택사업에서 호황을 누렸다. 정부의 추가 규제를 우려한 조합들이 연내 시공사 선정을 서두르면서 정비사업 수주 실적은 펄펄 날았다. 치솟은 집값과 낮은 분양가, 전세난 등의 여파로 달아오른 청약시장 덕분에 공급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인해 건설사들이 예상치 못한 특수를 누렸다는 평가다.

◇현대건설, 4조7383억원 수주 창사 이래 ‘최대실적’···중흥토건·대림건설, 첫 1조 클럽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들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18조7817억원으로 지난해(11조930억원)보다 69.3% 증가했다.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1조 클럽’에 가입한 건설사는 모두 9곳이다. 이는 지난해 4곳(현대건설·포스코건설·GS건설·롯데건설)과 비교해 2배가 넘는 것이다. 수주실적 2조원 이상을 달성한 건설사도 4곳이나 됐다. 상위 10개사 외에도 중견 건설사 2곳이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가장 많은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을 기록한 건설사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17개 사업지에서 4조7383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창사 이래 최대실적이다. 2017년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등으로 4조6468억원의 최대실적을 기록한 후 3년 만에 신기록을 쓰게 됐다.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 서울 ‘신용산역북측 2구역’(재개발) 수주를 시작으로 강원·대전·대구·부산 등 전국 주요 거점지역에서 실적을 쌓아 왔다. 하반기에는 국내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불리는 1조7000억원 규모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을 수주하며 도시정비사업 순위 1위를 굳혔다. 지난 19일에는 경기 용인 수지 ‘현대성우8단지’(리모델링)를 수주해 리모델링 사업 첫 진출과 동시에 최대실적을 갈아치웠다.

2020년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조원 이상 달성 건설사 현황 / 자료=각 사

포스코건설·롯데건설·GS건설 세 곳은 ‘2조 클럽’에 안착했다. 포스코건설은 수주액 2조7456억원으로 도시정비사업 2위에 올랐다. 서울 ‘신반포21차’(재건축) 수주로 강남권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다졌고, 9000억원에 달하는 부산 ‘대연8구역’(재개발) 시공권을 따내며 선두권에 올라섰다. 특히 리모델링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서울 자양우성1차·용인수지 현대성우8단지·용인수지 보원아파트 등 3건의 신규 수주를 통해 5733억원의 실적을 쌓았다. 리모델링 수주실적만 놓고 보면 업계 1위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실적(1조2038억원)보다 2배 넘는 2조6326억원을 달성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 범일 2구역(재개발)과 이촌동 현대아파트(리모델링), 대구 명룬(재개발) 등에서 잇따라 시공권을 따냈다. 상반기 주춤했던 GS건설은 하반기 뒷심을 발휘하며 4위에 올랐다. 서울 한남하이츠(재건축), 대전 가양동5구역(재건축), 부산 문현1구역(재개발) 등을 수주해 2조5090억원의 수주고를 달성했다.

현대엔지니어링(1조4207억원), 대림산업(1조3958억원), 삼성물산(1조487억원) 등이 1조원 이상을 수주하며 올해 실적을 마무리했다. 특히 5년 만에 정비사업에 복귀한 삼성물산은 반포 3주구(재건축)와 신반포15차(재건축)를 수주하며 단숨에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중견 건설사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대림건설(1조746억원)과 중흥토건(1조3590억원) 두 곳 모두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원 수주에 돌파했다. 반면 대우건설(8728억원), HDC현대산업개발(7770억원), SK건설(6410억원) 등은 1조 클럽 진입에 실패했다.

◇대우·현대·GS, 주택공급 목표 90% 이상 달성···실적 곳간 두둑 

분양사업도 양호한 실적을 나타냈다. 대우건설·현대건설·GS건설 등 세 건설사는 공급 목표치의 90% 이상을 달성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3만 가구가 넘는 물량을 공급하며 건설사 중 분양실적이 가장 높다. 올해 3만3148가구를 분양하며 연초 목표(3만4744가구)의 95.4%를 채웠다. 현대건설은 유일하게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2만3329가구를 공급해 연초 목표(2만3095가구)의 101%를 기록했다. 당초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는 둔촌주공 재건축 분양이 내년으로 연기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적이다. GS건설도 올해 2만5238가구를 분양하며 연초 목표(2만5641가구)의 98.4%로 높은 달성률을 기록했다.

이어 ▲롯데건설 85.8%(1만9847가구 대비 1만4595가구) ▲SK건설 75.9%(1만966가구 대비 8323가구) ▲대림산업 74%(2만1932가구 대비 1만6227가구) ▲HDC현대산업개발 72.3%(2만175가구 대비 1만4595가구) ▲현대엔지니어링 71.1%(1만450가구 대비 7430가구) 순으로 달성률이 높았다. 다만 삼성물산(44%)과 포스코건설(33.6)은 비교적 낮은 달성률을 기록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추가 규제를 우려한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과 분양을 서둘렀다”며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인한 ‘로또 분양’ 기대감과 ‘패닉바잉’(공황 구매) 현상, 전세값 폭등 등의 여파로 청약시장에 수요가 몰리면서 분양도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울러 건설사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 대신 국내 사업에 집중한 전략이 맞물려 주택사업이 호조세 나타내고 있다”며 “정부가 내년 주택공급에 집중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도 주택사업은 지금의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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