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쿠팡·마켓컬리 품절대란 이어져
유통 대기업 롯데·현대百, 배달 서비스 가속···주요 편의점들도 자체 배달, 도보배달 도입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올 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간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채널인 대형마트는 끊긴 발길에 새로운 활로를 찾기 분주했고, 이커머스는 비대면 트렌드를 맞아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로켓배송으로 배송 속도전의 출발점을 끊은 쿠팡은 올해 배송 규모가 작은 영세 판매업자들의 배송 역량 지원에 나섰다. 파트너 캐리어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이며 매월 500건까지 한진 원클릭 택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이어가 충북 음성, 전남 광주, 경북 김천, 충북 제천, 대전 등에 첨단 물류센터를 세우는 등 물류 인프라를 강화했다. 쿠팡은 내년 광주, 대전, 대구, 충북 음성까지 전국 4개 지역에서 물류센터 가동을 앞두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쿠팡 로켓배송 일일 평균 배송량은 180만건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뒤 배송량은 330만건까지 치솟았다. 알베르토 포나로 쿠팡 CFO는 지난 8월 “코로나가 예상하지 못한 거래량 15% 정도를 증가시켰다”면서 “매일 100만 가구의 고객들에게 식품과 생필품을 배송하면서 감염 확산 및 사재기 방지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새벽배송의 대표 주자 마켓컬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실내 활동이 늘어날 때마다 품절 대란을 겪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다음날 주문 접수가 조기마감되는가 하면 주문 가능한 시간보다도 이른 시간에 품절되기도 했다.
◇롯데온·현대百의 투홈, 내년에는 SSG닷컴 오픈마켓까지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전통적인 유통 대기업의 배달 진출에 있다. 롯데는 유통 계열사를 한데 모은 통합앱 롯데온을 올해 4월말 출시했다. 통합앱의 핵심은 그간 결제, CS, 물류 등 각 계열사별로 운영됐던 온라인 쇼핑 시스템 통합에 있다.
특히 올해는 면세점의 이용 불가로 롯데온을 통한 명품 수요, 면세점 장기 재고 판매로 호조를 이어가기도 했다.
롯데슈퍼는 잠실점에서 최근 신규 배달서비스 ‘퇴근길 1시간 배송’을 선보였다. 시범운영 지역인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프리미엄슈퍼를 거점으로 반경 2㎞ 내 고객에게 간편식, 생필품 등 500여 종을 즉시 배달한다.
현대백화점도 새벽배송 서비스 ‘투홈’을 론칭하며 범 현대가인 현대글로비스와 배송 위탁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약점으로 평가받던 물류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배송업에도 진출했다. 신세계그룹도 내년 SSG닷컴 오픈마켓 진출을 앞두고 있다.
◇주요 편의점의 근거리 배달 경쟁
편의점 업계의 배달 서비스도 눈에 띈다. 편의점 업계 최초 배달 서비스를 도입한 CU는 올해 2분기부터 코로나19로 인한 편의점 배달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주문이 많이 발생하는 점포를 중심으로 서비스 이용시간을 24시간 운영으로 전환했다. 또 지방 소도시 배달 제휴 확대, 배달 전용 상품 기획 등 서비스 확대도 나섰다.
CU에 따르면 올해 배달 서비스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80% 이상 신장했다. CU는 더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난 3월부터 네이버 간편 주문 서비스를 도입하고 5월 배달대행업체 생각대로, 바로고와 추가 제휴를 맺었다.
이마트24는 자체 배달 서비스인 Go U(고유)를 시범 운영하며 배달 채널을 늘리고 있다. 기존 요기요에 이어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해 내년에도 편의점 업계는 배달 서비스를 통한 비대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도보배달 서비스도 주목받았다. CU는 10월부터 요기요에서 주문이 접수되면 반경 1㎞ 이내 있는 도보 배달원을 매칭해 도보 배달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밖에 드라이브 스루를 신규 론칭하는 등 비대면 서비스를 다양화했다.
GS25도 편의점 자체 인프라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우리동네딜리버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 8월부터 고객이 주문한 배달 상품을 일반인들이 도보로 배달해주는 사업이다. 주부, 퇴근길 직장인 등 오토바이와 같은 운송기기 면허가 없는 일반인도 생활 동선에 부합하는 배달 건이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마트24도 대학생활협동조합과 업무 협약을 맺고 캠퍼스 내 편의점 도보배달 모델을 적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장기화로 거리두기, 재택근무가 늘면서 생필품, 신선식품 등 다양한 제품을 집에서 받기 원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면서 “유통업계는 내년에도 배달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