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정기인사서 대폭 물갈이 가능성···62년생, 관행대로 옷 벗을 듯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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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인사청탁을 싫어하고 본인 의도대로 단행했던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내년 2월 경으로 예상되는 정기인사에서 어떤 스타일을 보일지 주목된다. 현재로선 직렬 파괴 등 대폭 물갈이 가능성이 예상된다.  

26일 식약처와 유관기관 등에 따르면 김강립 처장은 지난달 초순 취임 후 일부 발령을 냈지만,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지난 2018년 12월 개방형직위로 임명된 김영옥 의약품안전국장의 1년 연임이 결정됐다. 또 이달 초순 임용된 정윤모 정보화담당관과 이고은 대변인실 서기관은 인사혁신처가 주관한 인사다. 김 처장 의지가 반영된 인사가 아니라는 의미다.   

다른 중앙정부부처와 유사하게 식약처도 외부 교육 파견을 포함한 정기인사를 매년 2월 경 단행해왔다. 이에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김 처장도 오는 2021년 2월 내로 정기인사를 진행할 전망이다. 현실적으로 인사권자인 김 처장이 정기인사에서 전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수의 식약처 관계자는 “과거 처장은 본인 의도대로 인사를 했고, 차장에게는 권한을 거의 주지 않았다”라며 “김 처장 성격상 양진영 차장에게 인사권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김 처장 인사스타일이 내년 정기인사에서 그대로 반영될 전망이다. 과거 김 처장과 같이 일했던 복수의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다른 고위직들도 그러하지만 김 처장은 외부나 내부로부터 인사청탁을 받는 것을 싫어한다”며 “2인자였던 복지부에 비해 1인자인 식약처에서 김 처장 인사스타일이 더 확실하게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복수의 복지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 처장은 본인과 같이 근무했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즉 같이 근무하며 해당 인물 장단점을 확실하게 파악했다는 판단 하에 인사를 하는 것이다. 지난달 취임한 후 식약처 직원들과 같이 근무했지만, 과거 복지부에서 같이 일한 경험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 처장과 같이 근무했던 식약처 고위직은 양 차장과 권오상 수입식품안전정책국장, 김진석 기획조정관 등이다.  

이미 김 처장은 본인의 인사 구상 일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식품직과 약무직, 행정직, 의료기기직, 연구직 등 직렬 간 칸막이를 없애고 교류를 활성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렬을 뛰어넘는 대폭 물갈이 인사 가능성을 예고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현재 식약처는 정용익 전 국장의 명예퇴직으로 의료기기안전국장이 공석인 상태다. 차기 의료기기안전국장에는 약무직 출신으로 올해 국방대학원 안보과정에 파견됐던 강석연 국장과 부이사관(3급)인 김유미 의료기기정책과장 등이 하마평에 올라있다. 또 당초 복지부와 인사교류 형식으로 질병관리청에 파견됐던 김성곤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 연구기획조정부장이 이달 말까지 근무한 후 식약처로 복귀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내년 식약처 정기인사에서는 1962년생이 명퇴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식약처는 고위직의 경우 특정년도에 출생한 관료를 정기인사를 전후한 시점에서 퇴직시키는 관행을 갖고 있다.

정기인사에서는 일부 식약처 고위직 거취도 주목된다. 청와대의 김 처장 인선 결과 발표에 앞서 신임 처장 유력후보로 거론됐던 이동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 거취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2019년 6월 취임했던 이 원장은 약무직 출신으로는 사상 두 번째로 중책을 수행해왔다.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평가원장의 경우 전직 원장들은 통상적으로 2년 전후 재임했었다.  

고위직에 이어 과장급에서는 대변인이 주목 받는다. 현 우영택 대변인이 인사와 수사 전문 관료라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처장은 복지부 차관 재직 시 의사 출신 관료를 대변인으로 임명했는데 성공적으로 업무를 마쳤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에서 의사 출신 대변인은 지금까지 3명이 있었다. 첫 사례는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장이었다. 두 번째는 김 처장이 차관으로 근무하던 시절인 지난해 8월 임명된 권준욱 현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장이다. 세 번째는 역시 김 처장이 올 2월 임명한 손영래 대변인이다.

복수의 식약처 관계자는 “김 처장이 직렬 파괴 인사를 예고한 만큼 기대가 크다”며 “어느 정도 물갈이가 진행될지 예상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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