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재정 정책 전시 수준 확대···한국은 최소 수준
한국, 자영업자·특고 등 제도적 지원 미비···의료 인력 부족으로 환자 피해 
IMF 재정지출 적극 권장···“재정지출 1% 늘리면 GDP 2.7% 성장”
전문가 “3차 재난지원금 늘려 '선별지급+보편지급·선별환수' 병행해야”

지난 11월 20일 오후 서울 세종로사거리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월 20일 오후 서울 세종로사거리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코로나19 대유행에도 정부의 소극적 대처로 인해 의료 인력 부족과 자영업 및 특고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총체적으로 부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돈을 아꼈으나 국민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올해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주요국보다 재정 지원이 부족해 건전성 순위가 올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000명대 안팎으로 나오는 등 확산세가 심각하다. 지난 2월부터 10개월 넘도록 코로나19가 이어지고 있지만 의료 인력 및 시설 부족에 대한 지원, 영업제한에 따른 자영업자 피해와 특고·프리랜서의 소득 감소에 대한 지원 등은 여전히 부실하다. 

◇ 영업제한 자영업자 보상 체계·취약계층 대책 부실

정부는 코로나19로 타격이 막대한 자영업자에 대해 제도적 보상 체계를 갖추지 않았다. 특고와 프리랜서, 여성, 청년 등 고용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대책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다.

코로나19가 본격화 된지 10개월이 지났으나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영업제한·금지 조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제도적 보상 시스템이 없다. 그 때 그때 재난지원금 등으로 대응해왔으나 자영업자들은 일회성인 재난지원금으로는 부족하며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영업제한과 금지 조치로 인해 직접적 타격을 입지만 임대료와 공과금은 매달 내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12월 7일∼13일)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평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의 71%로 떨어졌다. 특히 서울 지역 소상공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62%까지 하락했다.

23일 서울 신사동에서 치킨호프집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영업제한으로 저녁 9시까지 밖에 영업을 못하면서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며 “2차 재난지원금으로 150만원을 받았지만 한달 임대료 내니 사라졌다. 그러나 코로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영업제한이 되는 기간에는 지속적으로 임대료를 지원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착한임대인 운동도 실효성이 낮다. 정부여당은 착한임대인 운동의 세액공제를 확대해 자발적 참여를 확산한다는 계획이지만 임대인들은 세액공제를 확대해도 임대료를 낮출 계획은 없다고 했다.

집합금지나 집합제한 조치 대상이 된 기간 임대인의 임대료 청구를 일부 또는 전액 제한하고 대신 임대인의 손실 일부를 금융사의 이자 면제 및 정부의 세제혜택으로 지원하는 제도적 지원 논의는 정부 여당에서 진전되지 않고 있다.

박지호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사무국장은 “임차인 자영업자가 무너지면 공실이 생겨 임대인도 피해를 보고, 대출해 준 금융사도 피해를 입는다”며 “상가의 이해관계자인 임차인, 임대인, 금융사가 코로나19 비상 시기에서 손실을 분담하고 정부도 세제혜택을 통해 임대인의 분담 부분에 대해 지원해야한다. 정부는 현장을 직접 보고 현실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지난 4월부터 임차인들의 임대료를 75% 감면하고 정부가 그 임대료의 50%를 부담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미국은 지난 3월부터 주택이나 상가의 임차인이 차임을 연체하더라도 강제퇴거를 할 수 없고 연체료, 위약금 그밖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을 금지했다. 호주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영업피해에 비례해 임대료를 감면해야 하고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없게 했다. 영국은 5개월간 연체 임차인의 퇴거를 금지하고 그 기간 동안 임대인의 담보대출에 대한 이자상환을 유예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특고와 프리랜서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지원도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이 최근 26개 직종의 특고 노동자 246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특고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변화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이 없어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이 57.5%로 가장 많았다. ‘실직했다고 볼 만큼 오래 쉬었다가 15.4%였다.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은 대리운전 직종(89.4%), 방과후 강사(83.4%), 간병인(74.5%), 학습지 교사(74.3%)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한 특고와 프리랜서에게 긴급고용안정지원금 150만원을 지급해왔다. 그러나시 일회성이며 본인이 직접 소득 감소를 증명해야 해 지원을 받지 못한 이들도 많았다.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대리기사들 대부분 매출이 반 이상 줄었고 견디지 못해 그만든 이들도 많다. 코로나는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이어지는데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일회성으로 한계가 있다”며 “또한 지원금을 받으려면 본인이 직접 소득 감소를 증명해야 하는데 회사에서 협조를 안하거나 절차가 복잡해 지원받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고 했다.

시민단체인 직잡강질 119는 “코로나로 소득이 줄은 특고, 프리랜서 등에게 노동소득보전수당을 지급해야한다”며 “한시적 재난 위기 상황에서 이들에게 감소한 소득의 70~80%를 정부가 지원하면 버틸 수 있다. 그러면 기업도 이들을 해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코로나 19로 인해 자영업자와 기타 비정규 노동자의 소득이 감소하는 것을 보전하기 위해 한시적 지원금을 도입했고, 자영업자의 사회보장기여금 납부도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스페인은 사회보험료를 납입하지 못한 근로자들에게도 단축 근로수당을 지급했다. 독일은 소득이 50% 이상 감소한 근로자의 임금대체율이 60~67%에서 80~87%까지 상승하도록 단축근로수당을 증액하고 지원 대상에 임시·계약직을 추가했다.

◇ 공공병원 의료인력 부족···예견됐으나 정부·지자체 소극적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확산세가 커졌지만 공공병원의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이 부족해 환자들을 제대로 돌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현재 3차 대유행 속 수도권 코로나19 확진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거점 및 전담 공공병원들의 간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재부와 지자체는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에서 요청한 간호 인력 특채에 대한 승인을 막고 있다.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지난 11월에 이미 기재부에 240여명의 추가 정원을 요청했으나 70여명의 정원만 허가됐다. 그 중 간호 인력은 50명이다. 서울 시립 보라매병원도 코로나19 중환자 담당 간호 인력 특채 6명을 서울시에 이미 요청했지만 답이 없는 상황이다.

박경득 서울대병원분회 부분회장은 “현재 서울대병원은 인력이 부족해서 중환자실을 줄이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을 해제하면서 간호사를 차출하고 있다. 이는 사전에 인력을 충원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그 피해는 환자들이 받고 있다”며 “노동조합에서 지난 2차 대유행 이전부터 병상과 인력을 준비해야한다고 계속해서 요구했지만 정부와 병원이 손 놓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분회장은 “또한 평상시는 간호사들이 10주의 중환자 교육을 받지만 인력 부족으로 인해 현재는 2~4주만 교육받고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에 투입되고 있다”며 “중환자 병상은 전문 장비 등을 다뤄야하기에 숙련되거나 충분히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그러지 못해 간호사들의 불안과 어려움이 크다. 환자들도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다”고 했다.

안세영 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 위탁운영) 간호사도 “현재 보라매병원은 계속해서 코로나 병상을 확대하고 있지만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 인력은 늘지 않았다”며 “간호사들은 인력이 부족해급한 환자를 중심으로 볼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방치되는 환자들에 대한 죄책감에 간호사들이 괴로워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시기에 간호 인력에 대한 보상 확대와 민간병원 매입 및 공공병원 확대를 통한 공공병상 확보도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한국의 공공병상 비율은 지난 해 8.9%로 70% 이상인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공공병상이 없어서 감염병 위기에 취약하다”며 “공공병원을 최소한 17개 시도별로 2개씩 빠르게 신설하고,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어려운 규모인 300병상 미만의 28개 지방의료원 모두 병상을 증축해야 한다. 지역거점병원 위상을 가지면서도 부실의료를 자행하는 민간병원은 매입해 공공화해야 한다. 간호사들의 보상 수준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가 확정한 내년도 예산에는 공공병원 신축 예산은 없고, 공공병원 증축을 위한 설계 예산 15억원만 책정됐다.

◇ 각국 재정 정책 전시 수준 확대···한국은 최소 수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세계 각국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는 가운데 한국의 올해 재정적자가 선진국 중 최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들은 코로나19 대응 재정을 쏟아 붓고 있지만 한국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국제기구들과 전문가들은 비상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일반재정수지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4.2%다. 이는 42개 주요국 중 4번째로 작은 수준이다.

특히 보고서는 영국(16.7%), 미국(15.4%), 스페인(11.7%), 이탈리아(10.7%), 일본(10.5%) 등의 경우 재정적자가 GDP의 1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6.9%), 독일(6.3%) 등도 재정적자가 GDP의 5%를 넘길 것으로 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0월 발표한 세계 재정상황 관찰 보고서(Fiscal Monitor)에서 한국의 올해 기초재정수지 적자가 GDP의 3.7%로 34개 선진국 중 2번째로 작을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캐나다(19.8%), 미국(16.7%), 영국(15.5%), 일본(13.9%) 등 주요 선진국의 재정적자가 크게 늘면서 선진국 재정적자 평균이 GDP의 13.1%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IMF는 올해 코로나19에 대응한 선진국의 재정부양책 규모를 GDP의 9.3%로 추정했다. 이에 선진국의 재정수지 적자는 작년 GDP의 3.3%에서 올해 14.4%로 오르고, 정부부채는 작년 GDP의 105.3%에서 올해 125.5%로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의 올해 코로나19 대응 재정부양책 규모는 GDP의 3.5%로 20개 선진국 중 3번째로 작았다. OECD가 추산한 올해 한국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9%로 32개 선진국 중 8번째로 작다.

한국의 재정 대응이 주요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음에 따라 건전성 순위는 올라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주요국가 부채비율 평균은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71.3%→86.2%로 악화되는 동안 우리나라는 41.9%→48.4%로 상승해 건전성 순위가 7위에서 6위로 올랐다. 같은 기간 주요국가 순부채비율 평균은 51.1%→65%로 악화되는 동안 우리나라는 11.5%→18.0%로 건전성 순위가 5위에서 4위로 상승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0월 발표한 자료(IMF, oct. 2020 outlook)를 통해 주요국가의 총부채 비율과 대응자산이 있는 부채를 제거한 순부채 비율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국제 비교에서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돈을 덜 썼다는 것은 재난 구제가 적었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지금 당장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이 무너지고 있는데 재정적자 증가를 이유로 바라만 보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 아니라면 제대로 정부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불황기에는 정부의 재정 지출 효과, 승수효과가 더 크다. 불경기 일수록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며 “3차 재난지원금의 규모를 확대해서 자영업자나 특고 등에 대한 선별적 지급과 함께 경제 활성화를 위한 보편적 지급도 병행해야한다. 신속하게 보편 지원금을 일단 지급하고 소득 파악 체계를 정비해서 선별적 환수하면 된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경제 효과는 작지 않다”고 했다.

IMF는 코로나19로 인해 앞으로 2년간 재정승수가 고점을 이룰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선진국 및 신흥국이 GDP의 1%의 공공투자를 늘리면 GDP 2.7% 성장과 민간투자 10% 증가를 일으켜 2000만~3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IMF는 “각국의 내년도 예산 및 정책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거의 모든 G20 국가에서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구제 및 지원을 급격하게 철회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지원은 유지돼야 한다. 섣부른 지원 철회는 피해를 확산시키고 파산을 유발해 회복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각국은 시기상조의 긴축 재정 정책 대신 의료, 개인 및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보장해야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