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iOS 전용 디바이스 확장 계획···‘아이카(iCar)’ 2024년 출시
자율주행 시스템에 주안점 둔 구글···스마트폰 시장과 닮아 있어
“벤츠·BMW ‘제2의 노키아’ 될 수도···완성차 슈퍼甲시대 끝났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애플의 전기차 시장 등장이 예고됨에 따라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애플과 스마트폰 운영체계(OS) 경쟁자 구글 역시 전기차 기반의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하고 있어,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 시장으로 재편됐을 당시에 버금가는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23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애플의 전기차인 일명 ‘아이카(iCar)’의 윤곽이 속속 전해지는 모습이다. 대만 TSMC와 인공지능(AI) 칩을 공동 개발해 자율주행 프로그램 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전기차 생산에 나설 것이 유력시된다. 이르면 내년 시험차가 출시되며, 이듬해부터 2025년 사이에 시판이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이번 아이카 도전을 두고 이른바 ‘애플 생태계’의 확장성에 주목했다. 애플은 데스크탑·노트북·아이팟(iPod)·아이폰(iPhone)·아이패드(iPad)·애플워치 등을 줄곧 선보였다. 독자 운영체계 iOS를 바탕으로 기기들 사이의 연동성을 통해 이용자의 생활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자동차 시장 진입 역시 이 같은 편의성 제고의 연장선에 있다는 의미다.

애플의 생태계 확장에 따른 시장변화가 가장 활발했던 분야가 휴대폰·이동통신 업계였다.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 개막됐다. 자연스레 초고속 무선인터넷 보급이 본격화됐고, 기존 휴대폰 시장은 급속도로 와해됐다. 재빨리 변화에 편승한 삼성전자는 기술력 제고를 통해 애플의 대항마로 부상했지만, 대처가 늦은 기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대표적인 업체가 노키아다. 1998년부터 13년 간 글로벌 휴대폰 시장 1위를 차지했던 노키아는 2010년 3분기까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0%를 자랑했다. 아이폰의 인기와 삼성전자 등이 속속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다. 결국 2013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됐다. 마찬가지로 유력 휴대폰 사업자였던 모토로라 역시 2010년 ‘모토로이’란 스마트폰을 출시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과거의 명성을 잃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완성차업계에서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내연차가 주류로 군림하는 동안 소수 완성차 업체들이 전체 완성차 시장을 독점했다. 독자적인 엔진 기술력과 수 만가지 부품의 구성력이 독점의 기반이 됐다. 시장진입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엔진의 역할을 배터리가 대체하게 된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변화로 문턱은 낮아졌고, 테슬라 등 신규 업체들이 속속 진입할 수 있었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애플의 도전장은 전기차·자율주행 등으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신호탄이자, 해당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존 완성차업계를 향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면서 “기존 완성차업계가 누려오던 슈퍼 갑(甲)의 지위도 점차 희석돼 점진적으로 종식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과 구글의 모빌리티 사업을 대하는 자세와 관련해서도 당시 스마트폰 시장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애플은 iOS를 자사의 디바이스를 통해서만 공급하는 폐쇄적 정책을 유지 중이다. 반면 구글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OS 안드로이드를 삼성 등을 통해 범용적으로 공급해왔다. 현재 구글은 상당기간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차량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다만, 애플과 달리 자체적인 차량개발이 아닌 시스템 구축에 주안점을 둔 행보를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전통적인 완성차업체가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1위를 내준 지 오래고, 발 빠르게 전기차 시장대응에 나선 중위권 완성차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등 고착화됐던 완성차업계의 변화가 본격화됐다”면서 “애플의 시장 진입은 중국 등 후발업체들의 진입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극단적으로 벤츠·BMW 등 글로벌 명차 브랜드가 제 2의 노키아·모토로라 등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그는 “전기차를 넘어 AI기술이 접목된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화 되는 등 모빌리티 진화가 가속화될수록 OS의 필요성 역시 대두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PC·태블릿·스마트폰 등에서 사용하는 OS와의 연계성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더욱 커질 수 있으며, 이는 곧 스마트폰 시장에서 각자만의 방법으로 영향력을 키워 온 애플·구글이 완성차시장에서 끼치게 될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과 교수는 “애플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진 않았지만 상당히 구체적인 사업 방향성이 노출된 것을 감안하면 애플의 전기차 도전이 유력해 보인다”면서 “관련 소식이 전해진 직후 미국 현지 소식에 정통할 일론 머스크가 이례적으로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아이카 등장에 테슬라마저 긴장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 개발에도 나선 것으로 전해지는데, 셀의 용량을 키우고 파우치와 모듈을 없앤다는 전언으로 미루어 볼 때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기반으로 코어셀을 새롭게 설계하는 방식을 취할 요량”이라면서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과열 가능성이 낮아 각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데도 상당히 유리할 것”이라 고 내다봤다.

한편, 주식시장에서도 애플 아이카 반향이 상당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애플이 2.85% 상승한 가운데, 테슬라가 1.46% 하락한 채 장이 마감됐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였다. LG전자와 마그나인터내셔널의 전기차 부품 합작사를 설립할 것이란 소식과 해당 합작사의 애플 납품 가능성이 더해지면서 LG전자 주가가 29.6%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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