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증가에 신용잔고 20조원 육박···올 초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
증시 버블 논란과 시장 부정적 영향 가능성에 우려 목소리 커져

국내 증시가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신용잔고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해 주목된다.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행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용잔고의 급증은 전통적으로 시장 고점을 가리키는 지표인 데다 시장 충격 시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빚투 증가에 신용잔고 사상 최대 규모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신용잔고는 전날 기준 19조392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8일 사상 최대치인 19조4238억원에서 소폭 감소한 수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신용잔고는 신용거래 융자, 신용거래 대주, 예탁증권 담보 융자 등의 형태로 신용거래를 한 투자자가 증권회사에 갚아야 할 기한부 부채다. 신용잔고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9조2072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다 지난 3월 증시 급락 이후 저점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투자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신용잔고 급증에 국내 일부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 신용거래융자를 막을 정도였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된다. 대형 증권사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자기자본 3조원 이상)에는 중소기업·기업금융업무 등의 목적으로 100%의 한도가 추가로 주어지지만 국내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이마저도 꽉찬 상태다.

국내 증시에 유동성이 공급된다는 측면에서 신용잔고 증가의 긍정적인 단면도 존재한다. 특히 올해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이 증시를 끌어올린 핵심 중 하나인데 여기에는 빚을 내 투자한 자금도 포함됐던 까닭이다.  

신용잔고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신용잔고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 시장 분위기 반전 시 뇌관 가능성···“과도한 빚투 경계해야”

문제는 신용잔고의 급증이 마냥 좋은 의미로만 해석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선 신용잔고의 급증은 시장의 과열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로 분류된다. 신용은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미래에 발생할 현금을 현재 시점으로 끌어들어 사용하는 것으로 시장 수급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시장 전반에 적정 가치를 뛰어넘는 주가 상승이 나타나는 버블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잔고가 많을 수록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신용잔고는 대부분 단기적인 시세 차익을 노리고 투자된 자금으로 잠재적 매도 물량으로 평가된다. 투자심리가 다시금 얼어붙고 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잠재된 매물이나 반대 매매가 나와 시장 낙폭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 올해 3월 코로나19로 증시가 급락했던 배경에는 반대매매의 영향도 있었다. 코로나19 팬더믹 영향에 지수가 하락하자 반대매매가 쏟아졌고 이는 다시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당시 금융당국은 증권사에 반대매매를 자제해 달라는 당부까지 할 정도였다. 반대매매 탓에 지난 3월 10일 10조1874억원이었던 신용잔고는 10거래일 만에 6조4470억원으로 급전직하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선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현재 증시 분위기가 좋지만 증시 상승세에 따른 피로감이 쌓여가고 있고 코로나19 재확산, 내년 3월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 등 시장에 부정적인 이슈들도 대기하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 유입으로 투자 환경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평년 대비 과도한 신용잔고 규모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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