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빅히트·SK바이오팜 1~3위 등극···6년동안 1위 제일모직, 4위로 추락
명신산업·교촌에프앤비도 상위 10위 입성···넘치는 유동성에 공모주 청약 열풍
내년 LG에너지솔루션·크래프톤·카카오뱅크IPO 예고···청약증거금 기록 경신 전망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역대 청약증거금 순위가 올해 대거 요동친 것으로 파악됐다. 공모주 투자 열풍이 불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 시중의 넘쳐나는 유동성이 쏠렸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한 광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유동성 확장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 유력하다. LG에너지솔루션,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등 시장가치가 수십조원에 이르는 기업들은 물론 수조원짜리 기업들 다수도 내년 IPO시장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내년부터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모주 투자 기회를 대폭 확대해주면서 흥행을 위한 판 깔아주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넘치는 유동성···청약증거금 순위 ‘격변’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반공모 청약증거금 역대 순위에서 올해 상장한 기업들이 대거 순위권에 진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공모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신청한 공모주식 수에 공모가를 곱한 금액의 50%를 청약증거금으로 내야 한다.
이전까지는 2014년 상장한 제일모직의 청약증거금이 30조649억원으로 가장 많았는데 올해 공모주 투자 열풍으로 6년 만에 변화가 일어났다.
올해 7월초 상장한 SK바이오팜 공모청약에는 30조9899억원이 몰려들면서 기존 제일모직의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어 8월 상장한 카카오게임즈 청약에는 무려 58조5543억원의 증거금이 몰리며 역대 최대청약증거금 기록을 다시 세웠다.
10월 상장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청약에도 카카오게임즈와 비슷한 58조4237억원의 증거금이 유입됐다. 이를 통해 역대 청약증거금 순위 1~3위는 모두 올해 상장한 기업이 차지하게 됐다. 이외에 지난달 공모청약을 진행한 명신산업과 교촌에프앤비도 역대 청약금 순위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중형 기업이나 코스닥 IPO에도 막대한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올해 5조원 이상의 청약증거금이 몰린 IPO기업은 12개나 됐다. 앞서 2018년과 2019년에는 1개에 불과했다. 올해 코스닥에 상장한 지놈앤컴퍼니와 미투젠에는 각각 9조4008억원, 8조7317억원이 몰려들면서 코스피 청약 못지않은 열기를 보여줬다.
막대한 청약증거금이 몰려들면서 청약경쟁률도 치솟고 있다. 그동안 청약경쟁률은 1000대1이 넘으면 ‘대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는 1000대1이 기본이다. 올해 8월 코스닥에 상장한 이루다의 경우 청약경쟁률이 역대 최고인 3039.55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기관투자가들 역시 IPO시장 활황에 공모가를 정하는 수요예측에서 일단 ‘지르고’ 있다. 희망공모가 상단에서 공모가가 확정되는 일은 당연시됐고 한국파마, 비나텍, 명신산업, 에프앤가이드 등 공모가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가 확정되는 사례도 속출했다.
공모가가 최고가를 형성하면서 올해 IPO시장의 총 공모금액은 57조888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38조1091억원보다 19조원이상 늘어난 수치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IPO를 통해 무려 9625억원을 공모자금으로 받았다. SK바이오팜 역시 9593억원에 달했다. 기업들로서는 IPO시장의 활황으로 공모자금을 최대한 끌어올 수 있게 되면서 IPO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러한 IPO시장 활황은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이 IPO시장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SK바이오팜이 상장 첫날 주가가 가격제한폭인 공모가의 260%까지 치솟는 ‘따상’을 기록하면서 IPO시장의 열기가 급속히 달아올랐다. 초저금리 시대로 마땅한 수익률을 내는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따상’은 시중의 유동성을 급격히 끌어들이는 자극제가 됐다.
◇ 내년 IPO시장은 더 뜨겁다
IPO시장이 과열되면서 거품론은 그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최소한 내년에도 끝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되면서 오히려 유동성에 대한 믿음이 확산되고 있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역대 청약증거금 순위 역시 내년에 대거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초대형 기업들의 상장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내년 IPO시장의 최대어는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부가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는 무려 5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역대 최대공모 기록을 깰 것이 유력하다. 역대 최대 공모규모는 2010년 상장한 삼성생명이 기록했던 4조8881억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의 100% 자회사인데 최소 공모비율인 25%만 공모해도 공모금액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차순위 대어는 글로벌 흥행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크래프톤이다. 크래프톤은 시가총액이 30조원으로 특정되고 있다. 세 번째 대어는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뱅크 역시 기업가치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이외에도 SK그룹과 카카오의 계열사 IPO도 줄줄이 예고되어 있다. SK그룹은 SK케미칼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SKIET), SK텔레콤 자회사인 원스토어, ADT캡스, SK브로드밴드, 11번가 등의 상장을 진행할 예정이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뱅크 외에도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M 등 상장준비 기업들이 다수다.
여기에 한화종합화학, 호반건설 같은 대기업 핵심계열사와 야놀자, 티몬, 쏘카 같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유니콘)들도 내년 상장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힌다.
IPO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바이오기업들도 상장이 끊임없을 예정이다. 당장 내년 1월 IPO일정을 진행하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경우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가 2조원에 육박한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내년 공모에 나서는 기업들의 공모규모는 총 15조원으로 역대 최대규모였던 지난 2017년보다 클 것”이라며 “내년 공모에 유입되는 막대한 청약대금으로 인해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상장을 준비 중이었던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공모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개인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기회를 확대한 것도 IPO시장을 달구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까지는 전체 공모주식의 20%가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됐지만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개인투자자 물량을 최대 30%로 확대조치했다.
여기에 이달부터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IPO기업은 공모주 배정물량 가운데 절반가량을 모든 청약자에게 균등 배정하고 나머지를 청약증거금에 비례해서 배분한다. 이는 고액자산가에게 쏠리는 현행 공모주 투자 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소액 개인투자자에게 더 많은 공모주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실시되는 제도다.
이소중 연구원은 “2021년부터 개인 투자자가 배정 받을 수 있는 공모주 물량이 확대됨에 따라 유입되는 개인 청약대금이 증가할 것”이라며 “개인 청약물량 중 50% 이상은 균등방식으로 배정되면서 소액 청약자들에게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자금력이 낮은 개인투자자들도 공모 시장에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