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신탁과 손잡고 한진중공업 인수전 참여
부산 영도조선소 부지 관심, 개발 이익 수조원대
사업구조, 건설 부문 강세···“포트폴리오 다양화 기대”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건설사인 동부건설이 조산사인 한진중공업 인수전에 뛰어들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진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부산 영도조선소 등 부동산 개발 이익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아파트·국도·철도·활주로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한진중공업의 건설 부문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는 모습이다.
◇한진중공업 보유 영도조선소, 부지 개발 시 수조원 이익···지역 사회 반발은 변수
17일 투자은행(IB) 등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최대주주이자 부동산신탁사인 한국토지신탁(한토신)과 손잡고 한진중공업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참여했다.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함께 본 입찰에 참여한 케이스톤파트너스 컨소시엄·SM상선 컨소시엄 2개 회사와 경쟁을 펼치게 됐다. 산업은행을 포함해 8개 은행으로 구성된 한진중공업 주주협의회는 연말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하고, 내년 상반기 매각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동부건설이 조선회사로 불리는 한진중공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개발가치가 높은 부동산 자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발주가 크게 감소하면서 조선업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자 부동산 가치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동부건설은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한토신과 한진중공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개발하는 사업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진중공업 매각에서 핵심 자산은 부산 영도조선소가 꼽힌다. 영도조선소 부지는 26만㎡(약 8만평) 규모로 조선사업을 하기엔 협소한 규모지만 개발 가능성 측면에서는 매력적인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공업용지를 상업용지로 용도변경 해 개발한다면 매각가(4000억~5000억원)를 크게 웃도는 조 단위의 이익이 예상된다. 부산시는 2030년을 목표로 영도구 등에 위치한 공업지역의 재정비를 추진 중이다.
다만 지역 사회의 반발은 변수로 꼽힌다. 부산시와 정치권,시민단체 등은 한진중공업 조선소 유지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조선업과 관련 업는 기업이 영도조선소를 소유할 경우 고용 축소와 지역 철강업체, 조선 기자재 업체 등에 타격을 주는 등 지역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은 지역경제의 충격을 고려해 최소 3년의 조선업 의무유지기간을 설정했다. 최소 3년간 원매자는 영도조선소에서 조선업을 영위하며 새 부지를 찾거나 조선업을 정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도·전철·활주로 등 건설업도 강점···“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 기대”
한진중공업이 조선업보다 건설업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동부건설이 관심을 갖는 이유로 꼽힌다. 한진중공업의 사업구조는 한진중공업의 사업구조는 현재 조선보다 건설에 치우쳐 있다. 매출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조선 부문이 30.8%(5011억원)인 반면 건설 부분은 53.2%(8330억원)를 차지했다. 매년 손실이 나는 조선과 달리 건설은 지난해 34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사업 영역도 다양하다. 시공능력평가 45위인 한진중공업은 ‘해모로’라는 자체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부산오페라하우스나 아파트 재개발 같은 건축사업 외에도 국도·전철·활주로 등 토목공사, 화력 발전소 탈황설비 등 플랜트 사업도 한다. 국내 건설 수주 잔액도 2조1600억원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이 부동산 자산과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활용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울러 건설을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세로 향후 경영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진중공업이 강점을 나타내고 있는 건설 부문과 동부건설이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