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공급과잉 지속…새해 1분기 가격 추가 하락 전망
기업용 SSD 등 고부가 비중 확대해 수익성 개선 집중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메모리 반도체의 한 축인 낸드플래시가 새해 초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당초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예상된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 흑자 전환 시점은 인텔의 낸드 사업 인수 효과가 가시화되는 내후년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15일 시장조사업체 트레드포스는 새해 1분기 낸드플래시의 비트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6% 늘면서 평균판매가격(ASP)는 10~15%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새해 초부터 삼성전자, YMTC, SK하이닉스, 인텔 등 상위 낸드 공급사들이 생산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다. 이에 낸드 시장의 공급과잉 상황이 이어지면서 새해 주요 낸드 제품의 ASP는 분기별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이 가운데 전체 낸드 수요의 20%를 차지하는 기업용 SSD 가격은 올 4분기 이어 새해 1분기에도 10~15%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주요 낸드 공급사들은 올 상반기 데이터센터향 SSD 수요가 급증하면서 호실적을 냈지만 하반기 들어 투자가 위축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소비자용 SSD 역시 PC업체 재고가 여전히 상당해 가격 하락세가 전망된다. 그나마 중국 스마트폰 수요 덕분에 내장형 메모리(eMMC)와 스마트폰용 플래시 메모리(UFS) 가격은 5~10% 정도 빠지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낸드 제품 가격은 올해 하반기부터 전반적인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낸드 가격 반등을 이끌었던 서버 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공급과잉 현상이 겹쳤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사업 ASP 역시 올 2분기엔 전 분기 대비 8% 증가했으나 서버 수요가 줄면서 3분기 10% 하락세로 전환했다. 4분기에도 추가 하락세가 예상된다. 새해 상반기 데이터센터 투자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나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 시장은 다수 업체가 과점해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가격 하락 폭이 완화되더라도 반등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보고서를 내고 “새해 낸드플래시 수요, 공급 비율은 올해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이나 공급과잉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올해 상반기 낸드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한 영향으로 올해 연평균 ASP 하락율은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새해 상반기, 하반기 내내 가격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연평균 ASP 하락율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장에선 SK하이닉스가 새해에도 낸드 사업의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앞서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5월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올 4분기에 낸드 사업의 손익분기점 달성을 예상한 바 있다. 시장에서도 당초 올 연말이나 새해 초 낸드 사업의 두드러진 수익성 개선을 예상했으나 낸드 시황이 좀처럼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태다. 당분간 낸드 사업은 적자를 지속하다가 인텔 낸드 인수 효과가 나타나는 2022년 이후에나 가시적인 전환점을 맞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초 시장에선 올해 안으로 흑자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시장 예상보다 낸드 가격이 많이 안 올라왔고 일부 공급사들의 가격 인하 영향도 심했다. 시황 개선이 둔화되면서 흑자 전환이 다소 미뤄진 상황”이라면서 “새해에도 SSD 중심 사업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이나 사실 가격과 원가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이라 올해 대비 적자 폭을 줄일지 예단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새해에도 SK하이닉스는 SSD 매출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올초를 기점으로 낸드 사업에서 SSD 매출 비중을 대폭 키우는 추세다. 앞서 올 2분기 낸드 사업에서 SSD 매출 비중을 50% 가까이 키우면서 낸드 사업의 적자 폭도 전 분기 대비 40% 이상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고부가 기업용 SSD 매출 비중이 소비자용 제품 비중을 넘어서면서 수익성을 재건했다. 당분간 SK하이닉스는 그나마 수요가 안정적인 모바일 수요에 집중 대응하고 128단 제품 등 고부가 출하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최근 176단 4D 낸드 신제품을 개발하고 새해 모바일용 제품으로 우선 공급할 계획을 밝혔다. 서버 투자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해 2분기 이후 SSD 매출 비중을 키워가는 것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