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1990년 이후 지속적으로 인하
2008년 최고세율 25%로 복귀하며 재벌개혁 선두
'투자위축' 재계 법인세 인하 강하게 요구
[시사저널e=유재철 기자] 법인세가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재벌개혁 세제개편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법인세 인상이 글로벌 추세에 반하고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법인세율을 낮추며 투자 유치 등에 노력을 기울였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법인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법인세 논란이 향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세에 재벌개혁의 명분으로 종종 등장하지만 단순히 인상이냐 인하냐를 떠나 세율 변화가 가져오는 영향력을 들여다 봐야한다. 정부와 여당은 법인세 인상을 대기업 특혜로 보지만, 재계는 글로벌 투자위축이라는 상반된 시각을 갖고 있다. 재벌에게 주는 특혜가 맞는지 기업이 유치해야 할 투자가 높은 법인세 때문에 틀어질 가능성 있는지 등이 쟁점이다.
먼저, 재벌특혜라는 주장은 법인은 주주의 이익을 실현하는 도관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는 ‘법인의제설’에 출발한다. 이는 법인의 이익은 결국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흘러들어 가기 때문에 법인세를 인하하면 그만큼 배당액을 높일 수 있고, 결국 대주주에게 이득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이런 주장을 하는 학자들은 법인의 이런 기능 때문에 법인세 자체를 폐지하고 소득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인세 폐지가 실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대안격으로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것이다.
최근 민주노총이 재계의 법인세 인하 요구에 “자본을 탐욕을 채우려는 반사회적 작태”이라고 지적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대기업의 꼼수”라고 비난했다. 직접 거론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 법인 뒤에 숨어 있는 재벌을 향한 화살로 볼 수 있다. 반면 재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이런 지적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해 기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두 번째는 재계에서 법인세 인하의 주요 논거로 제시하는 투자위축이다. 이 분야는 현재까지 법인세율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다. 많은 연구들이 있었지만 명확한 상관관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경기불황이 찾아오면 지금처럼 투자위축을 이유로 법인세 인하 의견이 거세게 부는 현상이 반복될 뿐이다.
최근에도 한국의 조세경쟁력이 법인세 인상 때문에 하락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 조세재단(US Tax Foundation)이 지난 10월 발표한 ‘국제조세경쟁력 보고서(International Tax Competitiveness Index Report)’에 따르면, 한국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조세경쟁력 순위는 36개국 중 24위를 기록했다. 법인세(33위)와 재산세(30위), 국제조세(33위) 세목 등은 특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8년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 인상한 것이 종합 조세경쟁력 순위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1990년 34%로 정점을 찍은 후 2009년 22%까지 내려왔었다. 과세표준 2억원을 기준으로 2단계 세율이 지속되다가 2012년 200억원 초과분에 대한 22%의 세율이 신설됐다. 그러다 2018년 3000억원 초과분에 대한 25%의 세율이 다시 만들어지면서 4단계 세율구조로 바뀌었다.
투자위축에 대해선 국책연구원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최근 주목할 만한 보고서를 냈다. 조세연은 지난 5월 발행한 ‘법인세율과 해외직접투자’(조세재정 브리프)에서 OECD 회원국과 조세경쟁에서 법인세율이 중요한 결정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고서를 낸 신상화 연구위원은 “해외직접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들을 함께 고려할 때 법인세율이 미치는 한계 효과가 거의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팽팽한 대립 속에 최근 법인세 인상이 예상된 미국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5%에 달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1% 낮춘 결과 성장, 고용지표가 개선됐다는 자체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바이든은 28%까지 법인상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두 정권에서 법인세의 급격한 인상과 인하를 겪은 미국의 경제상황이 한국의 반면교사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