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 부동산대출 48조원···1년 만에 14% 증가
올해 말까지 DSR 40% 적용으로 하반기에 수요 몰려
한화생명 대출 금리 낮아 고객 발길 이어져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면서 보험사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커지고 있다. 두 업계의 대출 금리 차이가 크지 않은데다, 보험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올 연말까지 60%가 적용되기 때문에 고객이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한화생명의 부동산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져 눈길을 끈다.
◇생보업계 부동산대출 한 달에 1조원씩↑
10일 금융권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생명보험사의 총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48조18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조7700억원(14%) 증가했다. 작년 9월 기준으로 1년 치 증가액(99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 규모가 5배 이상 커졌다.
생보업계의 부동산담보대출은 올해 7월 이후 증가세가 커진 상황이다. 생보사 부동산담보대출 증가액은 7월 한 달에만 1조원이 증가했고 8월엔 7600억원, 9월엔 9200억원 늘었다.
생보업계 주담대가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은행권보다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DSR은 부동산 규제로 40%를 적용받고 있다. 보험사는 이보다 20%포인트 높은 60%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보험사 DSR도 내년엔 50%, 2022년엔 40%로 떨어질 예정이라 올해 하반기부터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DSR은 연 소득 대비 전체 가계부채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생보사의 주담대 금리는 2% 중반대까지 떨어져 은행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달 생보사 대출 공시에 따르면 각 사가 공시한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는 ▲삼성생명 2.43~5.01% ▲한화생명 2.70~3.80% ▲교보생명 2.60~3.72% ▲흥국생명 2.95% ▲푸본현대생명 3.08~5.38% 등이다.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우리은행이 2.59~3.89%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생보업계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한화생명 부동산대출···1년 동안 14.6% 증가
업계 중에선 한화생명의 부동산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의 부동산대출은 9월 기준으로 총 36조5300억원을 기록, 업계의 75.8%를 차지했다. 부동산대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 늘었다.
빅3 부동산대출은 한화생명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한화생명의 부동산대출 잔액은 9월 9조424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6% 증가했다. 잔액으로는 삼성생명(21조2600억원)이 가장 크지만 같은 기간 삼성생명의 부동산대출은 2% 증가하는 데 그쳤고, 교보생명은 오히려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독 한화생명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원인은 다른 보험사보다 대출 혜택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보다 규제가 낮은 데다 금리가 싸고, 중도상환수수료도 없다는 점이 고객 입장에서 장점으로 꼽힌다.
8월과 9월 기준으로 한화생명의 홈드림모기지론(고정금리/분활상환방식)의 최저금리는 2.58%로 업계에서 가장 낮았다. 전세자금대출(일시상환방식) 금리도 최저 2.92%로 삼성생명(2.99%), 교보생명(3.38%)보다 낮았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의 경우엔 업계에서 유일하게 중도상환수수료를 일시 폐지했다.
업계에선 은행권의 부동산대출이 막힌 상황에다 금융당국 주도로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한 신용대출 규제도 발생한 상황이라 다른 방법을 찾는 고객들이 보험사 중에서도 조건이 좋은 한화생명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분석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은 뒤 1년 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에 있는 주택을 구입하면 해당 대출을 회수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2금융권이다보니 그런 현상이 있을 수 있다”며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금리가 낮은 것도 영향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