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의 효과와 광범위한 보급이 전제돼야
항공·면세·여행 업종 회복은 가장 더딜 전망

정부가 2천만 회분을 구매하게 될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의 일러스트. / 사진=AFP 자료사진
정부가 2천만 회분을 구매하게 될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의 일러스트. / 사진=AFP 자료사진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물량 확보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백신 보급과 경제 회복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영국에서는 당장 8일부터 코로나19 백신 대규모 접종이 시작됐다. 미국에서도 긴급사용(EUA) 승인 이후 연내 대규모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모두 임상 3상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이다. 여러 가지 부작용 발생과 같은 안전성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극저온에서의 유통 이슈로 인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생산과 공급에 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우리 정부는 코백스 퍼실리티와 해외 제약사 4곳과 4400만명분의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 이는 우리 국민 85%가 맞을 수 있는 물량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년 상반기부터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다.

박능후 복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백신이 아직 개발 완료 전 단계이고 부작용 발생 등 개발 백신의 실패 가능성이 여전히 있는 만큼 국민 건강과 안심을 위해 당초 발표한 3000만명분보다 많은 백신을 선구매하기로 했다”며 “내년 초 국산 치료제가 상용화되면 코로나19 예방과 신속발견, 조기치료가 가능해져 튼튼한 방역 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과 미국은 6곳 제약사로부터 각각 8억명분과 5억명분을, 영국은 7곳에서 1억7000만명분, 일본은 3곳에서 1억5000만 명분을 사기로 했다. 모두 국민 수보다 더 많은 양을 확보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크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은 이전보다 낮고 백신 공급에 대한 기대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주요국의 경제 봉쇄 조치로 경기 둔화 우려도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 경제지표 흐름을 알려주는 씨티그룹 서프라이즈지수가 반등하는 등 경기에 미치는 충격은 이전의 코로나19 확산 국면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주요국의 경기부양 강화 신호와 예상보다 빠른 백신 공급 기대가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를 완화했다.

앞서 파우치 미 전염병연구소장은 내년 4~6월 미 국민 전체가 접종을 완료할 경우 내년 후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이 예상이 맞게 되면 미국 경제가 정상화되는 속도는 백신개발 소식이 없었던 때보다 약 6개월 앞당겨지게 된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시점도 오는 2023년에서 2022년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 금리인상이 2023년에서 2022년으로 앞당겨지더라도 현재 예상되는 한국은행의 첫 금리 인상시점이 내년으로 앞당겨지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2022년 중 한 차례의 기준금리인상(0.75%)을 반영한다면 2021년 말 국고 3년 금리는 최대 1.2%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신 보급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경제 회복 속도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가 3차 유행을 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방역을 성공적으로 한 편”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오거나 백신의 광범위한 보급이 이뤄진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할 필요가 없으니 서비스업 등 내수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이 치명적인 환자나 사망자를 줄일 수 있게 된다면 상당수 사람들이 코로나19에 면역력을 가지는 데 시간을 걸리겠지만 그 자체로 긍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어려움이 계속되겠지만 상반기에 접종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나면 하반기에는 코로나19가 진정된 양상을 보이면서 경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백신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맞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 회복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고, 국내 백신 접종 역시 노인과 의료종사자들을 위주로 이뤄지게 돼 백신 접종이 곧 내수 회복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고 경계했다.

항공, 여행, 면세 등의 업종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윤 평론가는 “이들 업종은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힘들다고 봐야 한다”며 “내년 3분기까지도 이들 분야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 역시 “해당 업종은 다른 나라들도 함께 통제가 돼야하기 때문에 여전히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