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우리금융, 비대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성공 사례 등 소개
과거 단순 금융지원에서 협업 서비스 출시·글로벌 진출 지원으로 발전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 은행권의 국내 스타트업 기업 육성·투자 경쟁이 치열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소상공인·서민금융 지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주요 시중은행들은 기존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 열을 올린다. 최근에는 단순 금융지원을 넘어 협업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은행 디지털 혁신에도 스타트업을 활용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7일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행사를 비대면으로 개최했다. 신한금융은 9일까지 3일동안 ‘제 6회 신한퓨처스랩 데모데이’를 열었으며 우리금융은 오는 14일까지 ‘2020 디노랩 미디어 데모데이’를 진행한다.
신한금융은 신한퓨처스랩을 통해 지난 2015년 5월 1기 출범 이후 이번 6기(55개사)까지 총 195개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했다. 현재까지 국내·외 육성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총 331억원에 달한다. 지난 10월에는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육성기업들을 위해 전용채용관을 오픈하기도 했다.
약 20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데모데이 행사도 매년 오프라인으로 개최했으나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했다. 행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 경제의 N.E.O. 르네상스를 만들어갈 스타트업’이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핀테크, 건강·의학기술, 디지털 전환 등 3가지 테마에 대한 초청 연사 강연, 스타트업 사업모델 소개, 성공사례 소개 등으로 이어졌다.
또 신한금융은 내년 1월 3일까지 신한퓨처스랩 7-1기로 50여개 스타트업을 모집할 예정이다. 7-1기 모집은 핀테크 뿐만 아니라 미디어, 커머스, 헬스케어 등 다양한 영역의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선발 기업들은 신한금융 계열사 및 대기업 파트너사와의 협업 기회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우리금융의 ‘디노랩’은 지난해 4월 우리은행이 출범한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으로 현재는 우리금융 그룹 전체의 공동 사업으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디지털 이노베이션 랩(Digital Innovation Lab)’의 약어로 스타트업이 공룡(Dinosaur)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크게 위비핀테크랩, 디벨로퍼랩, 디노랩 베트남 등으로 구성되며 선발 기업은 사무공간, 특허·세무·회계 컨설팅, 투자유치, 베트남 진출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우리금융은 선발 기업들과의 다양한 협업을 지속적으로 시도해 사업도입 16건, 직접투자 452억원의 성과를 창출해냈다. 14일까지 진행되는 디노랩 데모데이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디노랩 스타트업 18개사의 영상을 개별 기업별로 제공해 각 기업들이 홍보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 역시 스타트업 육성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5월 S.I.N.G(Social Innovation startup New Guru)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3년차 이상 스타트업 기업 15개사를 선발하고 각 사업 영역별 특성을 고려해 국민은행 임직원으로 구성된 1대 1 금융 코치를 지원했다.
지난 10월 실시한 2기 모집도 현재 완료된 상태다. 2기 교육과정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참가기업 중 KB금융과 협업이 가능한 우수기업은 KB이노베이션허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받는다. KB이노베이션허브는 KB금융 핀테크랩으로 입주 기업들에게 업무 공간과 회계·법률·특허 컨설팅, KB금융그룹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펀드를 통한 성장 단계별 투자를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도 원큐 애자일랩(1Q Agile Lab)을 통해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개별 사무공간과 하나금융 계열사 협업, 직·간접투자, 글로벌 진출 추진 등의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까지 총 90개 기업을 발굴·육성하고 있다.
은행권 스타트업 육성은 협업 서비스 결과물로도 이어진다. 최근 은행권의 핵심 과제인 디지털 전환 부문에서의 시너지 효과가 전망된다.
지난 7일 하나은행은 프롭테크 스타트업 ‘데이터노우즈’와 함께 하나원큐 애플리케이션에 ‘부동산 리치고’ 서비스를 새롭게 제공하기로 했다. ‘부동산 리치고’는 부동산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아파트를 찾아주는 서비스다. 또한 하나은행은 AI 얼굴인식 스타트업 메사쿠어컴퍼니의 기술을 활용해 신규 앱 ‘뉴 하나원큐’에 얼굴인증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 7월 디노랩 선발 기업 중 하나인 ‘핀투비’와 협업해 베트남 중소기업 매출채권 할인 서비스을 시작한 바 있다. 우리은행의 현지법인 베트남 우리은행은 핀투비가 개발한 플랫폼과 연계해 베트남 내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지원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시작될 당시만 해도 단순한 금융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그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육성 스타트업을 은행의 디지털 역량 강화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전까지는 아무래도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남아있어 디지털 서비스도 은행 자체적으로 개발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외부 인력도 많이 채용되는 등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 등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