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확대 너무 부족···내년 공공병상 확충예산 설계 15억만 편성
거리두기 격상에 따른 재정 지원 체계 아직도 안 만들어
중환자 사용 가능 병상 43개···대전·충남·전북·전남·경남 중환자 병상 ‘0’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코로나19 3차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연일 500명~600명대 확진자가 나오고 있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인 모임, 음식점 등 다양한 일상적 공간에서 확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수도권에서도 꾸준히 확진자가 나온다. 그러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여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8일 기준 전국 중환자 병상과 코로나19 환자 전용 중환자 병상을 합친 546개 가운데 환자를 바로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은 43개뿐이다. 수도권에 남은 중환자 병상은 12개다. 대전·충남·전북·전남·경남 5곳은 사용 가능한 중환자 병상이 없는 상황이다. 의료 체계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에게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한 방안, 정부가 때를 놓쳤지만 지금이라도 추진해야 할 대책 등을 지난 2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물어봤다. 우 대표는 정부가 당장 민간병원에서 중환자실 등을 징발하는 동원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고 밝혔다. 이는 법적 근거가 있고 건강보험 재정으로 수익을 올리는 민간병원은 재난 시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근본적으로 공공병원 확대를 통한 공공병상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에 정부 노력이 미흡해 중환자실 병상 부족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현재 확산세로 봤을 때 중환자실 부족해질 것으로 보나?

무조건 부족해진다. 의료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시민단체들이 정부에게 민간병원에서 병상을 동원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난 2, 3월 대구 지역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때부터 얘기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대구 사태 때도 제대로 안하더니 대구 사태 끝나고도 그런 시스템을 전혀 못 갖췄다. 우리는 민간병원에서 병상을 동원하는 체계를 갖추라는 얘기를 근 1년 내내 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계속 안한다. 공공병원을 늘리지도 않고 민간병원을 제대로 동원할 생각도 안한다.

정부가 실기했지만 지금 필요한 대책은 무엇인가?

두 가지가 중요하다. 하나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이 병실과 중환자실이다. 단계를 올릴 때마다 병실과 중환자실 걱정을 하고 있다. 대구를 중심으로 한 1차 코로나19 유행 때도 모자랐고, 2차 유행 때인 8월에도 모자랐다. 8월 유행 때는 경기도 지역의 중환자들이 다른 지방으로 가야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는 일을 막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계속 공공병상과 중환자실을 확보하고 유사 시에 병상을 동원할 수 있도록 민간병원 동원 체계를 갖추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1년동안 정부가 뭐 했는지 모르겠다.

또 필요한 대책은?

정부의 거리두기 단계 격상은 이로 인해 일을 쉴 수밖에 없게 되는 자영업자들과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영업제한이 걸리는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은 피해를 본다. 당연히 피해에 따른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거리두기 격상에 따른 재정 지원의 구체적인 체계를 아직도 만들지 않았다.

거리두기가 2단계로 가면 누구에게 얼마큼 재정을 지원해야 하는지, 2.5단계로 가면 누구에게 어떻게 재정 지원을 할 것인지가 없다.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누가 어느 정도의 피해를 보는지 계산을 정부가 안했다. 이러한 시스템 없이 재난지원금을 보편으로 주느냐 선별로 주느냐 얘기만 한다. 이처럼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하지 않았다. 첫째는 코로나19 1차와 2차 유행 때 병실과 중환자실 부족이 예상됐는데도 의료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 또한 피해 자영업자, 노동자에 대한 재정지원 체계를 마련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미리 늘렸으면 거리두기 격상 기준도 여유를 둘 수 있나?

그렇다. 확진자가 사용 가능한 병실과 중환자실을 대폭 늘렸어야 했고 지금이라도 늘려야 한다. 그러면 사회적 거리두기의 격상 기준을 더 완화할 수 있다. 정부가 자기 할 일을 하지 않고 거리두기로 피해를 자영업자와 노동자에게 전가한 것이다.

정부는 거리두기를 하려면 그만큼 재정지원도 해야 한다. 거리두기를 한다 해도 중환자실과 병실 부족은 현실화된다. 그러면 공공병원을 지었어야 했는데 지난 근 1년 동안 다 짓고도 남았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정부가 민간병원으로부터 병상 동원이 가능한가?

정부가 지금 제대로 민간병상 동원을 하지 않고 있다. 민간병원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돌아간다. 민간 사립병원은 평상시 공적인 건강보험 재정으로 돈을 벌면서 재난 시에는 10% 밖에 안 되는 공공병상으로 확진자들을 밀어버리고 있다. 손실의 사회화, 이윤의 사유화다. 신자유주의적 원칙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도록 정부가 방조했다.

법적으로도 정부가 감염병 유행기간 중 민간 병원의 병상을 징발할 수 있도록 한 근거가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감염병 유행기간 중 의료인·의료업자 및 그 밖에 필요한 의료관계요원을 동원하거나 의료기관 병상, 연수원·숙박시설 등 시설을 동원하거나 해야 한다.

지금 일각에서는 공공병원을 전담병원으로 만들어 여기를 중심으로 해결하자고 한다. 이 의견대로 하게 되면 대구경북 1차 파고 때처럼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사립병원들이 감염병 유행 시기에도 이익만을 취하고 사회적 공공성은 발휘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근 1년 내내 공공병상을 늘리지 않고 민간병상 동원체계도 만들지 않은 이른바 '민주 정부'가 방치하거나 도와주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아산병원이나 삼성병원 등 대형 사립병원의 이해를 그대로 대변하는 듯하다.

지금 당장의 확산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동원 가능한 병상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조건 민간병원의 병상을 동원해야 한다. 지금 12월 유행이 끝이 아니다. 올해를 겨우 넘겨도 내년 1, 2월이 또 있다. 당장 민간병원 동원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사람들이 적절한 치료 행위를 받지 못하고 죽을 수 있다. 팬데믹의 특징은 환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90%를 차지하는 민간병원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환자를 볼 수 있는 국립 대학병원, 사립 대학병원 등 전체 병원의 참여가 시급하다. 병원들의 비응급 수술 환자를 줄이는 등 전체 병원을 어떻게 동원할 지에 대한 정부의 병상 동원 계획이 필요하다. 거기에 따른 보상, 환자 이송 등 소개에 대한 대책이 따라 나와야 한다.

근본적으론 공공병원 확대를 통한 공공병상 확충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 그러나 내년 예산을 보면 공공병원 신축 예산은 하나도 없고 증축 예산만 있다. 그것도 설계 예산 15억원만 편성됐다. 너무 부족하다. 더불어민주당의 무능함과 비전 부족을 보여줬다. 당초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도 신증축 예산이 하나도 안 들어갔다. 0원이다. 

한국의 공공병상 비율은 지난해 8.9%로 70% 이상인 OECD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유럽에서 확진자가 하루에 수천명, 수만명이 나와도 얼마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공공병원과 대응 인력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전체병원 중 공공병원 비중을 대폭 늘려야만 재난에 충실히 대비할 수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공공병원을 최소한 17개 시도별로 2개씩 빠르게 신설하고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어려운 규모인 300병상 미만의 28개 지방의료원 모두 병상을 증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공공병상 4만개를 확충해 인구 1000명 당 공공병상 2개를 확보해야 감염병 위기에 대응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에 드는 예산은 연간 2조5000억원이다. 대전, 광주, 울산은 광역지자체임에도 지방의료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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