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부동산규제 효과 내려 은행 대출 틀어막아
대출 고객들 2금융권으로 이동 
배당 축소 자제령까지 나와 주주 이탈 우려↑

서울 시내에 설치된 ATM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설치된 ATM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은행권이 코로나19보다 규제 걱정을 더 하게 됐다.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들이 대출 문을 아예 닫아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의 배당 축소를 강조하면서 은행 주가는 연말 배당 시즌이 왔는데도 여전히 힘을 못 쓰는 모습이다. 올해 사상 최대 이익에다 리스크 관리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규제 강화로 은행이 고객과 투자자 모두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대출 막히면서 고객 이탈 가속

9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 지시에 따라 신용대출 규제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은행들이 지난달 신용대출 금리 한도를 낮추고 우대금리를 없앴지만 신용대출이 줄지 않자 당국이 제시한 월 평균 증가액인 2조원을 맞추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월 한 달에만 9조4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은 같은 달 4조8400억원 늘었다. 월 평균 기준으로 사상 최대 증가였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월 증가 규모는 8월(4조750억원 증가) 이후 안정세를 되찾은 상황이었다. 9월과 10월의 신용대출 월 증가 규모는 각각 2조1100억원, 2조4500억원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규제를 한다고 발표하자 규제를 앞두고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이 몰리며 11월에 월 평균 증가액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월별 증가 추이 / 사진=시사저널e

결국 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의 대출 중단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당장 이날부터 연말까지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전세대출 모집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고, 우리은행은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오는 11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다른 은행들도 전문직에 대한 대출 한도를 더 줄이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은 뒤 1년 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에 있는 주택을 구입하면 해당 대출을 회수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막히면서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29조5913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조8267억원 늘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가장 큰 증가 규모다.

◇실적은 ‘최대’ 연체율은 ‘최저’인데···금융지주 배당 축소할까

금융지주들은 특히 금감원의 배당 자제 권고 탓에 고심에 빠졌다. 올해 실적 예상치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사상 최대로 예상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배당을 줄일 것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은 대체적으로 당국의 의견에 공감하고 있지만 순익 개선에도 배당을 축소할 경우 자칫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어느 수준에서 배당을 지급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KB금융·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총 9조7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1% 증가했다. 3분기 순이익이 9조원을 넘은 것은 지주사 설립 이래로 처음이다. 3분기까지 호실적을 냈기 때문에 연말에 작년 이상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호실적에도 당국의 배당 확대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 때문에 4대 금융지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외면은 커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금융지주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기관투자자들의 4대 금융지주 매도 규모는 1113억원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의 매도 규모(164억원)보다 6배 이상 커졌다.

은행권의 연체율은 당국의 우려와 반대로 사상 최저 수준을 보였다.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은행 연체율은 0.3%로 1개월 전보다 0.07%포인트 떨어졌다. 2007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이다. 9월 말 연체율은 1년 전보다 0.14%포인트 떨어졌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차주가 늘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문제는 올해 가시화되지 않았다. 다만 금감원은 대출 만기연장·이자 상환유예 등 코로나19 정책 효과가 반영됐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은 연말 효과를 고려해도 예년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이미 충당금을 충분히 쌓은 상황이라 경영자율에 따라 배당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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