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주 타깃층 40대 이상에서 2030으로 이동
소비 큰 손 잡기 위해 틀 깨는 백화점
17일 리뉴얼 오픈하는 롯데百, MZ세대 직원 아이디어로 1층 대대적 변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층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슬로우스테디클럽 서울숲 매장. /사진=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층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슬로우스테디클럽 서울숲 매장. / 사진=롯데백화점

[시사저널e=박지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체면을 구긴 백화점이 변화에 나서고 있다. 소비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젊은층 흡수를 겨냥해 기존 백화점 문법을 탈피, 고가 화장품 위주였던 1층 매장을 편집숍 및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한다. 백화점 영업 주 타깃층이 기존 40대 이상에서 2030세대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달 재개관을 앞두고 있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올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타깃으로 백화점 전관을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 화장품관을 3층으로 옮기며 재단장했던 영등포점은 오는 17일 새로운 시도로 구성한 1층 매장도 리뉴얼 오픈한다.

그간 백화점의 얼굴인 1층에는 화장품 브랜드가 위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는 백화점의 주요 고객의 70%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등포점은 9월 리뉴얼서 롯데백화점 최초로 화장품 매장 전체를 3층으로 이동시켰다. 파격 이동의 이유는 백화점의 주 고객층으로 떠오르는 MZ세대를 확보에 있다. 

영등포점의 3층은 지하철 역사에서 바로 연결되는 층으로, 유동인구 유입이 용이하다는 강점이 있다. 오픈 당시 롯데백화점은 “지하철 역사에서 백화점으로 유입되는 주출입구에 백화점의 얼굴인 화장품을 전격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젊은 고객인 MZ세대까지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3층에 이어 2층에도 1100평 규모의 한 층을 밀레니얼 세대에게 익숙한 유스컬쳐 상품군을 중심으로 꾸몄다. 

오픈을 앞둔 1층 역시 기존의 틀을 깼다. 롯데백화점은 영등포점 1층을 ‘힙화점’이라 명명했다. 힙(Hip)과 백화점의 합성어다. 특히 밀레니얼 연령층에서도 자신만의 취향과 기준이 가장 명확한 ‘크리에이터’를 타깃으로 공간과 콘텐츠가 구성된다. 

대표적으로 슬로우스테디클럽의 원덕현 디렉터를 비롯해, 생활공작소의 최종우 디렉터, 프로젝트렌트의 최원석 디렉터, 공원의 이건욱 디렉터 등이 참여해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다. 힙화점에서는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밀레니얼이 동경하는 크리에이터를 만나고, 그들과 영감을 나누는 프로그램인 ‘뮤즈의 작업실’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전개된다.

이같은 아이디어는 실제 롯데백화점의 MZ세대 직원들로부터 나왔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3월부터 만 24~39세 직원들을 연구원으로 선발, 3~6개월간 경영진에게 그들만의 문화를 전수하는 밀레니얼 트렌드 테이블(MTT·Millennial Trend Table)을 시행해왔다. 영등포점은 이들의 아이디어가 최초로 구현된 무대다. 

롯데백화점은 힙화점을 시작으로, 밀레니얼 직장인들을 위한 공감 매장, 액티비티 기반 커뮤니티 커머스’까지 MTT의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실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도보로 2분 거리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도 지난 6월 리뉴얼을 통해 2개동 중 1개 동을 리빙관으로 재편하고 1층을 베이커리, 마트 등으로 채웠다. ‘백화점 1층은 명품 및 고가 화장품 구역’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다이슨 에어랩, 삼성 모바일 체험존, 리빙 편집숍 아르키펠라고 등 MZ세대 맞춤형 디지털 및 생활 편집숍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들 젊은층은 명품의 주 소비층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백화점 3사 전체 매출 중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0월 24%에서 올해 10월 28.9%로 4.9%p 늘었다. 그중에서도 30대 이하 젊은층 비중이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 명품 매출에서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7년에 각각 4.8%와 17.4%였지만, 올 들어선(1~11월) 각각 7.8%와 21.4%로 늘었다. 현대백화점이 2030 이하 고객 전용 멤버십을 만든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백화점 영업전략은 소비력 높은 40대 이상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20대 전략의 경우에도 ‘소비력은 낮지만 미래의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측면이 강했다”면서 “다만 젊은층은 더이상 잠정 고객이 아니게 됐다. 최근 일련 변화들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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