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씨티은행, SC제일은행도 배당 권고 대상”
SC제일은행 지난해 말 최대주주에 순익 이상 배당 지급
업계 “금감원 의견 공감하지만 경영자율에 맡겨야”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금융감독원이 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과도 배당 축소 방안을 두고 협의에 나섰다. 지금까지 외국계은행들이 순이익을 뛰어넘는 고배당을 해도 “배당은 자율적인 경영사항”이라며 묵인해왔던 당국이 배당 축소를 거론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금감원은 은행권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한 방법으로 배당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외국계은행 포함해 배당 축소 협의”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이달부터 개별 은행과 회의를 열어 배당 축소안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씨티은행, SC제일은행과도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도 이번 협의 대상이 된다며 “모든 은행 및 지주들이 포함되는 사안이다. (배당 축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감독이라는 것이 서로 협의하면서 공통의 지향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때문에 (배당 축소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금감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은행권이 배당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양호한 업계 실적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아 한시적으로 배당성향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은행들을 설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의 의견에 대해 은행권도 코로나19 상황 대비라는 점에서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은행, 순익보다 많은 배당금 지급해와
다만 은행업계는 외국계은행의 배당에 대해 큰 문제를 삼지 않았던 당국이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에까지 배당 축소를 권고한 점에서 의외라고 보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 수익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최대주주에 지급한 외국계은행들에 당국이 묵인하는 자세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매년 높은 배당을 해오면서 ‘국부 유출’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해 말 총 6550억원의 배당을 진행했다. 작년 말 SC제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144억원으로 2배가 넘는 배당을 진행한 것이다. 배당성향은 208.3%로 같은 해 KB금융지주(26%), 신한금융지주(25.95%), 하나금융지주(25.78%)와 비교해 지나치가 높다는 비판이다.
배당성향은 기업이 당기순이익 중 얼마나 주주에게 배당했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이다. 외국계은행의 배당성향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벌어들인 이익 이상의 돈을 해외로 보냈다는 뜻이다.
씨티은행도 비슷하다. 작년 배당금 총액은 652억원으로, 배당성향은 22.2%를 보였다. 2018년에는 9341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결정, 당시 순이익(3078억원)보다 많은 배당금을 책정했다. 이 배당액은 두 은행의 최대주주에게 들어갔다. SC제일은행의 최대 주주는 스탠다드차타드NEA은행(Standard Chartered NEA Limited)이다. 씨티은행의 최대주주는 COIC(Citibank Overseas Investment Corporation)이다.
고배당 성향에도 금융당국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줬다. 배당을 제한할 법적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과 현 윤석헌 금감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나와 외국계은행의 고배당에 대한 의원의 질문에 대해 “금융회사 배당은 자율적인 경영사항”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BIS비율이 타은행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제한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배당은 법적 근거에 따라 경영자율에 맡겨야”
은행업계는 금감원이 배당 자제 권고를 내렸지만 아직 결정된 점은 없다고 전했다. 특히 상법과 은행법에서 규정한 범위 내에서 배당을 하기 때문에 이번에 예년과 같은 수준의 배당을 한다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들은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BIS총자본비율이 10%이하로 떨어지면 배당정책이 제한되고 8%이하일 경우엔 금융위로부터 경영개선 조치를 받게 된다. 9월말 현재 국내 은행의 평균 BIS총자본비율은 16.02%다.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의 이 비율은 각각 19.01%, 15.53%를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배당에 대한 당국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하나 주가환원정책 등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했다면 배당은 법에 따라 자율에 맡겨져야 한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서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당국의 (배당 축소 권고) 의견이 은행에 공유되었기 때문에 은행이 애로사항을 검토해 피드백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