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강화 기조 이어지며 사업 발주 급감 영향
추진위 구성 단계부터 일찌감치 현수막 내걸거나 사업설명회로 눈도장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로 일감이 줄어들자 대형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시장에서도 수주를 위한 물밑작업에 한창이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로 일감이 줄어들자 대형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시장에서도 수주를 위한 물밑작업에 한창이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 안에 손꼽히는 대형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대형사는 리모델링 사업장에 눈길조차 두지 않았다. 토지를 새로 다지고 건물도 완전히 새로 짓는 재건축·재개발과는 달리 건물만 증축하는 리모델링사업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어서다.

그러다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으로 재건축 사업 여건이 악화하면서 사업 발주가 급감하자 리모델링에까지 적극 손을 뻗고 있다. 최근 임명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 역시 꾸준히 재건축 규제 강화를 피력해 온 터라 이와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입찰을 마감한 용인 수지 현대성우8단지 리모델링에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용인 현대성우8단지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은 현재 1239가구인 단지를 1424가구로 증축하는 것으로 공사비는 약 3400억원이다. 당초 두 회사는 각각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동수주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최근에는 1기신도시에서도 대형건설사들이 주민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내건 플래카드를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아직 사업조합이 설립되기 전인데도 홍보에 나서는 양상도 있다. 현대건설은 용인 수지 뿐 아니라 최근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안양 평촌 향촌마을(현대5차)에서도 수주를 위한 물밑작업에 나섰다. 대림산업은 또 다른 1기신도시인 군포 산본의 우륵주공7단지 리모델링 시공권에 관심을 두고 있다. 우륵주공은 지난 9월 이미 리모델링을 위한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상태다. 4만6916.4㎡에 지하 1층, 지상 15~25층 공동주택 1312가구 규모의 단지인 현 상태에서 리모델링을 통해 공동주택 1508가구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대형건설사들이 준공 15년차를 넘겨 리모델링이 가능한 단지들을 수주하거나 리모델링 설명회 등을 개최하는 등의 움직임이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진구 상록타워 아파트 리모델링사업을 수주했다. 현재 200가구, 1동짜리인 아파트를 지하 4층~지상 24층, 1개 동, 229가구로 증축하는 사업으로, 사업규모는 708억원 수준이다.

GS건설은 지난 6일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양천구 목동우성에서 직접 리모델링 설명회를 진행하며 제안서를 내비쳤다. 아직 추진위원회 설립조차 되지 않은 걸음마 수준의 사업장이다. 그럼에도 목동 학군지에 신목동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황급입지인 만큼 일찌감치 주민들과의 친밀감 형성작업에 나선 것이다. GS건설은 이 자리에서 리모델링을 통해 평형확대, 주차대수 증가와 엘리베이터 직접연결 등을 포함한 주차시스템, 고품격 문화 커뮤니티 시설, 다양한 옥외공간 설치 계획 등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축물 리모델링 시장의 전망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건축물 리모델링 시장은 올해 17조2930억원, 2025년 23조3210억원, 2030년 29조3500억원 규모로 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로 인해 서울 등 수도권 주요 리모델링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의 최대 강점인 빠른 속도를 위해선 주민들의 추진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 리모델링 찬성 동의율이 좋은 곳 위주로 수익성 여부와 시세 대비 분담금 비율, 건축물 및 구조, 대지 현황 등을 파악해 사업 참여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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