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국정농단 뇌물’ 파기환송심서 전문심리위원 의견 청취
강일원 “새로운 유형 선제예방 못해…독립성·독자성 약해질 가능”
홍순탁 “점검시간 한 달 부족…조사 강제성 없어 실효성 의심”
김경수 “외부 기관으로서 최고경영진 감시…위상·권한 강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양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전문심리위원의 평가가 위원별로 엇갈렸다. 평가 기간이 짧았고 전문심리위원단이 재판부, 이 부회장, 특별검사팀이 각각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된 만큼 일치된 결론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공여 등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7일 오후 2시 속행 공판을 열어 준법감시위 활동을 평가한 전문심리위원 3명의 의견을 확인했다. 위원 3명은 지난 3일 재판부에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이날 법정에 출석해 구체적인 평가 의견을 진술했다.

◇ 유보적 평가 내린 강일원 “독립성, 실효성 위해 경영진 의지와 여론 감시 필요”

재판부가 추천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준법감시 조직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준법감시위가 새로운 유형에 대한 선제적 예방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강 전 재판관은 “실효성·지속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발생 가능한 위험에 대해 정의했는지, 위법행위가 인지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를 살폈다”면서 “조사에 따르면 관계사 내부에는 일상적인 준법위를 떠나 대외후원금 내부거래 등에 초점을 맞춰 준법감시활동을 하고 있었을 뿐,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에 대한 선제적 예방에는 이르지 못하지 않았나 저는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 “관계사가 TF를 구성해 지속가능한 준법경영을 진행 중인 것은 확인했고, 준법감시활동이 선제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관계사분들의 말이 있었지만, 이 부분은 저희가 확인이 불가능했다”며 “형사사건이나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사건 관련 임원 조사도 적극적이지 않는 등 준법감시 사실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전 재판관은 다만 “최고경영진이 경영권 승계목적으로 위법행위를 하려면 결국 회사 안 조직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처럼 준법감시제도 강화되고 활발해짐에 따라 앞으로 회사내부조직을 이용한 위법행위를 하는 것은 과거에 비해 어려워졌다고 확인했다”고 긍정 평가했다.

실효성에 대해서 강 전 재판관은 “독립성 유지와 실효성 확보는 최고경영진의 준법의지와 여론의 감시에 달려 있다”며 “위원장과 위원의 임기는 2년인데, 위원의 선임은 관계사 협의와 이사회 결정으로 정해진다. 인선 여부에 따라 준법감시위 독립성과 독자성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적했다.

제도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준법감시위는 관계사 협약으로 구성되어 있고 탈퇴가 자유로워서 존속 여부는 관계사의 의사에 달려있다”며 “준법감시위 현재 조직과 관계사들의 지원, 회사 내 준법문화 여론 등을 지켜본다면 지속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 전 재판관은 “다만 준법감시위가 (앞으로)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그 부분을 현 단계에서 저희가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일정 촉박했다” 지적 홍순탁···준법감시위 실효성·지속성에도 부정 평가

박영수 특별검사팀 측 추천 위원인 홍순탁 회계사는 삼성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성이 의심되고 지속 가능한지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홍 회계사는 먼저 “이번 점검 일정상 한계가 있었다”며 “일수로는 3일 시간으로는 10시간 이내에 현장점검이 그칠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재까지 준법감시위와 조직은 모니터링 체계를 전혀 수립하지 않아 공백상태다. 내부 컨설팅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어 점검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없었다”며 “점검 시점이 준법감시위 설치 이후 2~3개월 후라면 답변이 타당했겠지만, 10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전체 인원 등을 고려하면 핵심적 모니터링 공백은 중요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홍 회계사는 또 “최고경영자의 위반 리스크 등 기본적인 확인도 안했다. 검찰이 기소한 삼성물산 관련 사실조회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런 경우 준법통제기능에 따른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다른 임직원에 적용되는 프로세스가 최고경영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며 “준법감시위위가 관계사 조사를 강제할 수 없는 점, 경영권 승계 관련 사건에서 삼성물산에 추가조사를 하지 않은 점, 대외 공표 외 실효성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효성을 의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속성 평가에 대해서도 홍 회계사는 “준법감시위 관계사 추가는 7개사가 동의해야 하는 반면 탈퇴는 단독 서면으로 가능하다”며 “예산배정 중단이나 사무국 보직전환 등을 막을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준법감시위 조직 등이 지속가능한 제도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긍정 평가 많았던 김경수···“외부 기관으로서 최고경영진 감시…위상·권한 강화”

반면 이 부회장 측 추천 위원인 김경수 변호사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 변호사는 “준법감시위는 비록 외부조직이지만 준법감시활동에 있어서 법령, 이사회 권한, 감사회 권한을 능가하는 상당히 많은 권한을 부여받은 독특하고 유례없는 곳”이라며 “위원장과 위원들이 대법관 출신 변호사, 시민활동가 등 책임의식 가진 이들로 구성돼 독립적 입장에서 준법감시를 할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매월 회의를 개최하고 엄격한 심사를 할 뿐 아니라, 지난 3월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약속을 이끌어 냈다”며 “이런 의지가 계속되는 한 내부경영진의 준법의지 또한 크게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된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또 “준법감시위가 삼성 전체에 대한 준법 실효성을 보장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있다”면서도 “준법경영과 관련된 대국민 약속과 높은 관심은 최고경영진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재 상태에서 후퇴하거나 약화되지 않을 동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지금까지 면담 자료검토 결과 보면 최고경영진의 준법의지가 상당부분 담보되도록 시스템화 돼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상대적으로 취약한 게 준법의지이므로 총수들 스스로 깊은 자기성찰 필요하다고 본다”고 마무리 했다.

전문심리위원단의 의견을 직접 들은 재판부는 오는 21일 양측의 의견진술을 듣고 결심 일정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기일은 내년 1월이나 2월 법관 정기 인사 전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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