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삼성생명 이어 신한은행도 기관경고 징계 위기···신사업 진출 제한 우려
암보험 미지급건 대법원 판단과 엇갈려···“보복성·먼지털이식 검사 재현” 비판도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지난해 부활한 금융감독원 종합검사의 결과가 최근 금융권의 새로운 불안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종합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화생명과 삼성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에 대한 중징계를 의결한데 이어 신한은행까지 중징계를 받을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금융사가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경우 해당 금융사들은 신사업 진출에 제한이 걸려 경영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금융사에 대한 중징계가 연이어 발생하자 업계에서는 과거 종합검사 폐지의 이유가 됐던 ‘보복성 검사’, ‘먼지털이식 검사’ 등의 부작용이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종합검사 결과로 한화생명 기관경고 확정···삼성생명·신한은행도 징계 위기
7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제재심이 지난달 신한은행에 기관경고 징계를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금감원 제재심은 지난달 26일 회의를 통해 신한은행이 과거 서울시금고 유치 과정에서 이사회 보고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내용은 지난해 하반기 금감원이 진행한 종합검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아직 정식 통보가 이뤄지거나 최종 결정된 사안이 아니다”며 “정확한 내용은 파악이 되지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금감원 제재심은 금감원장의 자문기구로 법적효력이 없기 때문에 신한은행에 대한 징계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기관경고는 금감원장 전결 사안이기 때문에 윤석헌 금감원장이 제재심의 결정 그대로 결재할 경우 확정된다.
한화생명 역시 지난해 하반기 종합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사실로 인해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한화생명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을 입주시키면서 내부 인테리어를 무료로 해줬으며 한화생명의 자회사 ‘한화63시티’와 주변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제재심은 이를 ‘대주주 거래제한 의무 위반’ 행위로 판단하고 지난 9월 한화생명에 대한 기관경고를 의결했다. 해당 징계는 지난달 20일 최종 확정됐다.
최근에는 삼성생명에 대한 중징계가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3일 금감원 제재심은 약관에서 정한 암 보험 입원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삼성생명에 기관경고를 내렸다. 전산시스템 구축 기한을 지키지 않은 삼성SDS로부터 지연 배상금을 받지 않은 사실도 ‘대주주와의 거래제한 의무’ 위반 사례로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한화생명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진행된 종합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내용들이다.
금융사가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향후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 진출이 불가능해진다. 신한은행과 한화생명, 삼성생명 모두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 헬스케어 등의 신사업을 추진 중에 있어 징계가 확정되면 향후 경영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컨설팅식 검사 예고했지만 금융사 부담 여전···‘금융사 길들이기용’ 전락 우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금감원의 종합검사가 폐지될 당시의 부작용들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는 비판들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 종합검사는 ‘보복성 검사’와 ‘먼지털이식 검사’ 등의 문제점과 금융사들의 수검부담 등을 이유로 2015년 이후 사실상 폐지됐었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 이후 종합검사 부활을 예고했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에 금감원은 먼지털이식이 아닌 컨설팅 방식으로 검사를 진행해 금융사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히고 지난해 본격적으로 종합검사를 재개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문제 찾기’가 아닌 컨설팅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수검기관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 컨설팅 방식의 검사도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결국 과거처럼 종합검사가 금융사 길들이기용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모두가 예상했던 부작용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삼성생명의 암보험 미지급건은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판결한 내용과 엇갈리는 결정이 나와 무리한 제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 환우 모임’(보암모)의 공동대표인 이모 씨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암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하며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1, 2심 재판부는 요양병원 입원이 암 치료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생명과 금감원은 지난 2018년 즉시연금 과소지급 일괄구제 사태를 놓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때문에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와 이번 제재 조치가 보복성 검사, 보복성 징계라는 비판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교보생명, 기업은행 등 앞으로 많은 금융사들이 금감원으로부터 종합검사를 받을 건데 그때마다 징계를 내리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사업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신사업 인가 체계를 개편하는 등의 보완 방안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