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전세는 씨 말라···준공 20년 넘은 전용 59㎡ 중소형도 월세 포함된 반전세 계약 위주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인한 언택트 시대로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맹모들의 학군지 입성을 향한 열정에 대치동 부동산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당장 오는 8일부터 정부가 수도권에 적용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2.5단계로 격상과 동시에 학원도 운영이 중단된다. 학원의 경우 2.5단계 집합금지 대상은 아니지만 정부는 방학을 맞은 학생들의 외출과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운영중단 대상에 포함됐다. 그럼에도 교육 목적으로 대치동을 입성하려는 수요는 많고 임대차 매물은 부족해 급여에 준하는 수준의 월세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찌감치 입성해 반전세 등의 형태로 계약한 이들의 계약조건을 보면 놀랄만한 수준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최소 준공 20년, 최대 40년 이상 된 은마, 대치현대, 대치삼성 등 단지의 중소형 평형이 월 200만원 이상에 계약됐다. 보증금은 수리 상태에 따라 1000만원에서 3억원 내외까지 천차만별이다. 대형평형인 동부센트레빌 전용 161㎡는 보증금 5억원에 월세만 720만원의 고가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이들 단지는 노후했지만 휘문고나 숙명여고 등 정통 8학군 내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이에 대해 대치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중·고등학교 배정을 위해 교육청 일정에 맞춰 10월 말까지 전입신고를 완료하는 학군수요 유입은 한차례 완료된 상태”라며 “수능 이후인 12월 초부터 2월 말까지는 2차 물갈이 시기로, 재수 등의 목적을 가진 이들이 많이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능 이후에 임대차 거래가 활발해지는 것은 매해 반복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임대차 시장에서 주를 이뤘던 게 전세였다면, 전세보다는 반전세나 월세가 그 비중이 더 높다는 게 올해의 특징이라고 이곳 시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해 새 임차인이 전셋집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대치동의 유일한 신축인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 매매도 아닌 전세가 20억2000만원에 체결되고 난 뒤엔 전세매물이 전무한 실정이다.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나마 은마아파트가 오래돼 전세금이 싸다고 해서 문의했다가, 10억원으로 급격하게 올라버린 보증금을 보고 놀라 월세를 계약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보유세도 높은데 월세로 상당부문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집주인도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임대차보호법, 실거주 강화 등의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폭등한 상황에 학군수요까지 겹치면서, 주요 학군지역 임대차 수요층이 월세로 계약하는 형태가 이어져 월세도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약이 어렵다면 선택지는 월세 뿐”이라며 “전세는 이제 시장에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고, 시간이 갈수록 월세가 높아지니 그나마 월세비중이 낮은 반전세라도 빨리 잡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실제 올 하반기 들어 월세 상승률도 급상승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주택가격동향 통계에 따르면 11월 서울의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1.06%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1월부터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올해 7월 0.00%로 보합세를 기록한 이후 8월(0.12%), 9월(0.78%), 10월(0.40%) 연속 상승세다. 특히 대치동이 있는 강남구의 월세 상승률은 8월 0.78%, 9월 1.48%, 10월 1.88%로 지속 상승하다가 11월 3.41%로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