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퇴직 조건 높이자 신청자 41% 늘어
은행권 신입채용 전년보다 30% 감소
은행권, 은행 점포 고객 이용 없자 인력 내보내기 경쟁 돌입할 듯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적게 뽑고 많이 내보내자’가 은행의 인력조정 슬로건이 될 전망이다. 올해는 대면 금융거래가 사상 최저로 줄면서 고비용 인력 감축이 은행권의 주요 과제가 된 상황이다. 매년 수천 명의 신입행원이 채용되면서 희망퇴직의 의미가 퇴색됐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채용이 크게 줄어 인력 감축의 기회가 됐다는 분석이다. 올해를 시작으로 은행권은 적게 뽑고 많이 내보내는 방식의 인력조정으로 점포 축소도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농협은행 명예퇴직 신청에 500여명 몰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명예퇴직 신청에 직원 503명이 몰려 지난해 퇴직 신청 인원보다 147명(41%)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은 올해 특별 퇴직 대상자인 만 56세(1964년생) 직원에게 월평균 임금의 28개월 치를 퇴직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10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일반 직원 중 명예퇴직을 신청한 직원에게는 출생 연도에 따라 퇴직금이 차등지급 된다. 1965년생과 1966년생은 각각 35개월·37개월 치 임금을 받는다. 3급 이상 직원 중 1967∼1970년생은 39개월 치 월평균 임금을, 1971∼1980년생은 20개월 치 임금을 받게 된다.
여기에 전직지원금도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만 56세에 해당하는 직원에 전직지원금 4000만원과 농산물 상품권 1000만원을 지급한다. 만 48~55세 직원에는 농산물 상품권 1000만원을 주기로 했다.
SC제일은행도 지난 2일까지 특별퇴직 신청을 받았고 수십 명이 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SC제일은행은 상무보 이하 전 직급 중 만 10년 이상 근무한 만 55세 이하 행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명예퇴직금으로 최대 38개월 치 임금을 내걸었다. 올해 퇴직 대상자에게는 취업 장려금 2000만원, 자녀 1인당 학자금 1000만원씩 최대 2명을 지원한다.
◇올해 은행서 2000명 떠날 듯···“낮은 직급도 퇴직 고려하는 분위기”
은행들이 좋은 조건의 특별퇴직금을 제시하다 보니 올해 은행을 떠나는 인원은 2000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희망퇴직으로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을 떠난 은행원은 1750여명 수준으로, 올 연말에는 더 많은 인원이 짐을 쌀 것이란 전망이다.
주요 시중은행들도 노사 협의를 거쳐 늦어도 내년 초에는 명예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작년보다 더 좋은 퇴직 조건을 통해 퇴직인원을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은행들이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비대면 금융서비스의 증가, 지점 이용 감소 등으로 인원 감축은 필수가 됐다고 판단해 퇴직 인원을 더 늘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입출금 거래 중 대면거래 비중은 7.4%로 전년 말보다 약 2%포인트 줄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5년 이래 가장 적은 비중이다. 나머지는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으로 금융 업무를 처리했다.
디지털 금융거래가 모든 금융 업무에서 보편화되면서 은행들은 점포 축소가 불가피해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올해 은행권의 신입행원 채용 규모도 2000명 가량으로 지난해(2779명)보다 30% 감소하면서 점포를 통폐합해 직원을 한 곳으로 모을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은행권의 입장이다. 디지털 금융거래 확산과 직원 감축 등을 이유로 은행들이 올해 상반기까지 없앤 점포 수만 총 689개에 달했다. 은행들은 연말까지 은행 점포를 추가로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은 내년에도 코로나19에 따라 공개채용을 줄이고 퇴직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원들 사이에 ‘줄 때 나가자’라는 인식이 커진 것 같다. 퇴직금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보자는 인식이 낮은 직급서도 생기는 분위기”라며 “은행들이 인력 감축을 위해 퇴직 조건을 더 높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