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전문가들 “2단계, 2단계+α도 효과 없다”···일부 전문가는 3단계 격상 주장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오는 8일부터 수도권 지역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적용되지만, 전문가들은 효과가 적거나 없다고 지적한다. 그만큼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6일 회의를 열어 오는 8일 0시부터 28일 24시까지 3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수도권은 2.5단계, 비수도권은 2단계로 격상키로 결정했다. 정부가 이처럼 결정한 것은 지난 11월 19일 수도권 1.5단계 조치에 이어 24일 수도권 2단계, 12월 1일 수도권 2단계+α 조치를 차례로 시행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수도권 1.5단계의 경우 당초 12월 초, 2단계는 지난 주말부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환자 감소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밝힐 정도였다. 사실상 방역정책 실패를 인정했다는 것이 전문가들 시각이다.
이에 감염병 전문가들은 8일부터 시행되는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효과는 적거나 또는 없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미 코로나19가 적지 않게 확산된 상황에서 2.5단계 시행이 늦어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로 풀이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확산돼) 현재 수도권은 3단계로 격상해도 효과가 적은 상태”라고 비관론적 입장을 밝혔다. 천 교수는 “8일부터 2.5단계로 격상해도 신규 확진자가 대규모로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라며 “일부 효과는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정부는 정작 필요한 신속항원검사는 하지 않고, 유전자증폭검사(PCR)만 진행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거리두기만 요구하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천 교수는 이전부터 현행 PCR 검사 대신 신속항원검사 도입을 주장해왔다. PCR 검사는 검사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비용이 특징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검사 시간이 짧은 신속항원검사를 도입, 국민들이 상시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천 교수 주장의 골자다.
천 교수는 “신속항원검사를 약국에서 국민들이 구입해 스스로 검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일각에서 거론하는) 수도권 전수검사는 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정부는 옛날처럼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전국 여기저기서 확진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시행한 수도권 2단계는 효과가 없고, 2단계+α 조치의 효과는 현재 확인이 안 된다”고 정리했다. 엄 교수는 “8일부터 시행되는 2.5단계 효과가 도출되기 전 그 사이 코로나19 확산 흐름이 강해질 수 있다”면서 “그 때 가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달 사이에도 확진자가 2만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중 1-2%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향후 2주가 지난 시점에서 2.5단계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더 확산될 가능성이 50%를 넘을 것으로 본다”면서 “3주가 지나 2.5단계 효과가 적거나 단계를 내리기 어정쩡한 경우 단계를 연장해야 하는데 국민들 협조를 구하기 더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엄 교수는 “결국 정부 움직임이 중요한데, 차라리 현재 시점에서 3단계로 올려 확진자 증가 등 사태를 막는 것이 최선책”이라며 “수도권 전수검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정부가 시행한 2단계와 2단계+α 정책은 효과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5단계는 2단계보다 강력하고 국민 경각심도 올라간 상태에서 효과는 있지만, 과거처럼 신규 확진자가 갑자기 낮아지는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정부가 3주 내로 확진자 100명대까지 내리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달성 여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코로나19가 많이 확산된 상황에서 정부가 중환자병상을 상수로 보지 않고 경제를 상수로 판단해 정책을 추진한 결과”라며 “수도권 전수검사는 현실성이 낮은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단계와 2단계+α 조치는 아예 효과가 없지는 않았지만, 확진자 숫자를 감소시킬 정도는 아니어서 ‘불충분한 효과’로 볼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 교수는 “수도권 2.5단계 격상은 주민들에게 접촉 최소화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므로 향후 국민들의 자발적 거리두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며 “최악의 경우 락다운 밖에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지역 등을 위주로 집중하는 타겟팅이 중요하다”며 “수도권 전수검사는 현실성이 매우 낮은 이야기”라고 전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는 다음주 900명 이상 확진자 발생 가능성 등 전망 대신 대책을 내놓으라”며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 후에는 감사를 벌여 정책 실패와 책임 여부를 확실하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