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화두되면서 채권 발행 매년 큰 폭 늘어
시장 선점 위한 증권사 발행 주관 경쟁도 치열해질 듯
국내 ESG(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 채권 발행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ESG 채권 시장은 특정 기관 위주로 발행이 편중 돼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일반 민간 기업들 사이에서 사회적 책임 투자가 화두가 되면서 이를 바탕으로 한 자금조달 수요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 확대 기대감에 따라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ESG 채권 발행 주관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대세된 ESG 경영에 ESG 채권 발행 기대감도 높아져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ESG 채권 시장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ESG 채권은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등 사회적 책임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특수목적 채권이다. 사용 목적에 따라 친환경 사업자금 용도로 쓰이는 ‘녹색채권’,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사회적채권’, 녹색채권과 사회적채권이 결합된 형태의 ‘지속가능채권’ 등으로 구분된다.
한국신용평가가 발간한 ‘한국 ESG 채권시장의 현황과 전망’ 보고서를 참고하면 지난 2018년 1조3000억원 수준이었던 ESG 채권 발행액은 지난해 28조4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올 들어서 지난 8월까지는 지난 연간 발행액을 훌쩍 뛰어넘는 39조30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글로벌 ESG 채권 발행액이 500조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성장세다.
특히 일반 기업의 ESG 채권 발행이 점차 나오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동안 ESG 채권을 발행했던 주체는 은행이나 공기업에 편중 돼 있었다. 최근 3년 간 은행과 공기업의 ESG 채권 발행액은 각각 5조3000억원, 3조7000억원이었지만 일반 기업은 8000억원에 그쳤다. ESG 시장이 양적으로 성장하긴 했지만 정책적인 유인 부재에 ESG 채권 발행기업의 다양화 등 질적인 성장은 이뤄내진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변화의 조짐들이 일부 보이고 있다. 롯데지주는 최근 친환경 건물 건설,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 제공 등 사회공헌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500억원 규모의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다. 그룹 차원에서 ESG 채권을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난 7월엔 수처리업체 TSK코퍼레이션이 오염물질 저감시설 확충 등을 목적으로 1100억원이라는 대규모 녹색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앞으로 ESG를 중요시 여기는 문화와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영향 등으로 이 같은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예컨대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이 나서서 ESG를 챙기고 있다. 삼성물산은 국내 비금융사 최초로 탈석탄을 선언했고 국내 다수 보험사들도 ESG 강화에 나섰다. 국내 기업들에 ESG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면서 향후 이와 연계된 EGS 채권 발행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증권사들 채권 발행 주관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
ESG 채권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증권사들에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발행사가 스스로 ESG 채권을 발행하는 사례도 일부 존재하지만, 채권 발행 수요가 증가하게 될 경우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 증권사들에 채권 발행 주관을 맡길 유인이 큰 까닭이다.
ESG 채권 발행 주관과 관련해서는 이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우선 KB증권은 채권자본시장(Debt Capital Markets)에서 보였던 강점을 바탕으로 ESG 주관 실적을 탄탄하게 쌓고 있다. 대표적으로 KB증권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사회적채권, SK에너지와 GS칼텍스 녹색채권 발행을 주관했고 올해에는 롯데지주 지속가능본드, TSK코퍼레이션 그린본드 등을 주관했다. 업계에 따르면 인수금액 기준 KB증권의 ESG 주관 점유율은 50% 수준을 넘나든다.
SK증권도 ESG 채권 발행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SK증권은 최근 지방은행으로는 처음으로 ESG 채권 발행에 나선 BNK부산은행의 1000억원 규모 지속가능채권 발행 대표주관 업무를 맡았다. SK증권은 국내에서 첫 원화 ESG 채권인 산업은행 녹색채권을 시작으로 기업은행, 국민은행, 한국남부발전, 신한카드 등 굵직한 ESG 채권발행 딜에 대표주관을 담당했다.
이밖에 미래에셋대우와 키움증권 등도 ESG 채권 발생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그룹 차원에서 ESG 경영을 내세우면서 ESG 채권 발행 주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2000억원 규모의 한국전력 지속가능 채권 발행에 대표 주관사로 참여한 점이 이에 따른 결실이다. 그동안 ESG 채권 주관 트랙레코드가 없었던 키움증권은 KB금융지주의 5000억원 규모 ESG채권 발행에 대표주관사로 나서면서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각종 산업에서 ESG가 점차 강조되고 있고 관련 조달 시장과 투자 시장도 함께 크고 있는 모습”이라며 “증권사 입장에선 ESG 채권 발행 주관 수수료뿐만 아니라 인수를 통한 셀다운 등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향후 시장이 충분히 큰다면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