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번째 대책 내놨지만···집값 폭등 이어 전세난 가중
‘아파트 빵·우리 집 5억원·30대 영끌’ 발언으로 비판 자초
정부 정책 불신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 결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4·15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반 동안 국토교통부를 이끌어온 김현미 장관이 교체된다. 김 장관은 그동안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고, 전세난까지 가중되면서다. 여기에 ‘30대 영끌’, ‘일산 아파트 5억원’, ‘아파트 빵’ 등의 김 장관의 발언들이 구설수에 올라 정부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된 점도 경질된 배경으로 꼽힌다.

4일 청와대는 이날 개각을 단행하면서 김 장관의 후임에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내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장관은 2017년 현 정부 출범부터 3년 5개월 동안 이끌어온 국토부 최고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내부 우려에도 국민의 정책 불신이 갈수록 커지면서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달 말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의 1위(26%)가 ‘부동산 정책’이었다.

김 장관은 임기 동안 24차례나 부동산 정책을 내놨지만 집값을 잡는데 실패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 들어 아파트 땅값 상승액이 3.3㎡당 1540만원에 달해 역대 정부 중 가장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상승액인 344만원의 4.5배에 달한다. 김 장관이 너무 잦은 정책 발표로 부동산 폭등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고조된 상황에서 김 장관은 각종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단기간 내 아파트 공급 확대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집값 상승과 전세난 가중으로 국민 불안이 극심한 상황에서 김 장관의 비유는 사안을 가볍게 본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김 장관은 지난달 초에도 디딤돌 대출의 실효성을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원을 육박하는데, 디딤돌 대출 주택가격 기준(5억원 이하)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질의를 하자, 김 장관은 “(5억원 짜리 아파트가) 수도권에 있다. 저희 집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고 받아치며 논란이 됐다. 일산 서구 주엽동 김 장관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주민연합회는 즉각 규탄성명을 내고 “국회 예결위 회의에서 장관 본인의 집값을 언급한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8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장관은 “(청년층의 주택 매수 흐름에 대해) 법인 등이 내놓은 것을 3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해서 샀다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는 3040세대 중심의 주택 ‘패닉 바잉’(공포에 의한 매수)이 다주택자 주택 매물을 고점에 받아주는 게 안타깝다는 우려지만, 집값 하락을 노린 부동산 정책의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원인을 시장에 전가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아울러 청년·서민의 주택난에 대한 절박함을 공감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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