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도, 존재감 등 장점 갖췄지만 대선 후보 되는 것 자체가 현재로선 가능성 낮아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불과 작년까지 만해도 많은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유력 대권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같은 쟁쟁한 인물들과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갑자기 떠오른 윤 총장의 대권 도전,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요?
전문가 및 정치권 분석 등을 종합해 한마디로 정리하면 ‘대권주자가 갖춰야할 몇몇 조건 및 장점은 갖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합니다. 우선 그 ‘몇몇 조건’ 측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장점① 확실한 인지도 및 존재감 확보
정치권에선 ‘무플 보다 악플이 낫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특히 대권주자는 단순 인지도를 넘어 ‘스타성’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존재감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다소 무리하고 자극적인 행보를 보이다 망가지는 정치인이 많은데요. 윤 총장은 박근혜 정권 당시 권력수사를 하다 좌천되고, 현 정권인사들과 수사 및 징계와 관련해 마찰을 겪으며 스토리를 확보하게 됐고, 유명세와 존재감을 얻게 됐습니다. 일부 정치인들이 “정치하려면 그만두고 하라”, “한국의 트럼프다”하며 공세를 펴기도 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그가 존재감이 있긴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장점② 혹독한 검증 미리 치르고 있고 맷집 좋아
과거를 돌이켜보면 대권후보로까지 거론되다가 사라진 인물들이 있습니다. 많은 경우 검증과정에서 자의, 혹은 타의로 포기하게 된 사람들입니다. 대권에 나가게 되면 경쟁하는 측으로부터 온갖 의혹에 대해 공격받게 되는데, 최근 몇 개월 간 윤 총장은 지금 그 누구보다도 혹독한 검증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대권후보가 되려면 어차피 치러야 할 과정을 본의 아니게 미리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그가 이 같은 의혹과 공세에 견디는 ‘맷집’에 주목합니다. 대선후보가 되려면 이런저런 공세를 견딜 맷집이 필요한데 업무적으로 손발이 잘리기까지 하는 혹독한 과정을 견뎌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권 때부터 행동으로 증명해 구축한 ‘권력 눈치를 보지 않는’ 이미지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권에 쓴소리 했다가 찍어내기 당했던 캐릭터이기에 징계를 하거나 공격할수록 오히려 더 강해지는 듯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지금 징계위를 어떻게 꾸리느냐, 위원을 공개를 하느냐마느냐를 놓고 여야가 부딪히는데요. 사실 일반 사람들은 결국 ‘그래서 그가 징계로 옷 벗게 되느냐 살아남느냐’만 보고 상황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그를 징계하겠다고 하는 사유들이 이미 알려졌는데 대권 선호도는 오히려 그 사유가 알려지기 전보다 높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합니다. 다시 말해 일반 사람들의 눈엔 아직까지 ‘치명타’가 없다는 것입니다.
장점③ 대권 캐스팅보트 충청권지지 가능성有
대선은 표 싸움이라 지역적 지지기반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호남 및 영남보다 수도권이나 서울 출신은 불리할 수밖에 없죠. 윤 총장은 서울출신이지만 부친이 충남 공주 출신이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진석 의원(충청권 기반 5선 의원)도 ‘고향친구’라고 공공연하게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윤석열 총장은 충청도라는 지역기반이 있다고 봐야한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충청도는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지역인 만큼 충청권을 지역기반으로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상당한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밖에 후배들이 잘 따른다는 점 등도 장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밖에선 훌륭하게 비춰지고 승진가도를 달려도 검찰 내부에선 ‘출세 위해 줄서는 사람’이라며 민심을 잃어 비난을 받는 경우들을 목격했었는데요. 애초에 조직 내에서 ‘출세지향형’과 거리가 멀던 윤 총장은 대체적으로 후배들의 신임을 받는 편입니다. 아랫사람들의 평이 안 좋으면 훗날 단점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허나 이는 그야말로 대권주자로의 장점들일 뿐입니다. 윤 총장의 대권도전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먼 이야기입니다. 여러 장점이 있지만 명확한 한계점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대선후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현재로선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명확한 단점- 대선후보 되는 것 자체가 어려워
대선후보는 지지율만 갖고 되는 게 아닙니다. 대권에서 당선되는 것 이상으로 대선후보가 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같은 당내 경쟁이 상상 이상으로 더욱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윤 총장이 대선에 나간다면 야권의 후보가 돼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야권에서도 이미 다음 대선을 준비하던 잠룡들이 있습니다. 이들 조차도 본인들이 최종 후보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그의 등장을 반가워할까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자신의 도전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윤 총장이 전 정권 비리수사를 진두지휘했던 만큼 몇몇 야권 인사들의 반발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문제로 혹시나 내부분열을 하게 되면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야권 모두의 지지율 동반하락을 불러옵니다. 그렇다고 무소속 출마도 힘듭니다. 대선을 하려면 돈과 조직이 필수인데 홀로 나가면 사실상 승산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 가능성은 있다고 합니다. 중도 및 무당층 지지율을 흡수해 아예 50% 이상 절대적 지지를 받으면 야권이 어쩔 수 없이 그를 후보로 삼는 시나리오죠. 이는 다시 말해 윤 총장이 대선후보 되는 게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