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말 기준 여신취급액 2.1조원···전기比 67.26%↑
전월세 보증금 대출 출시로 1등 추격 고삐···카뱅 “대환 아닌 신규 주담대에 집중”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오랜 개점 휴업 상태를 끝내고 올해 7월 영업을 재개했던 케이뱅크가 빠른 속도로 경영정상화를 이루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3분기 여신과 수신 모든 분야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영업규모를 확대하고 있으며 순익 적자폭도 축소시키는데 성공했다. 특히 은행권 최초로 선보인 100%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은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내며 케이뱅크의 시장 재진입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이하 카뱅)가 서비스 중인 전월세 보증금 대출도 새롭게 출시해 1위 인터넷전문은행 추격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반면 카뱅은 대환 대출보다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상품에 초점을 맞추고 비대면 프로세스 고도화 등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하락세를 이어왔던 케이뱅크의 여신 취급액은 3분기에 급격한 반등을 이뤘다. 지난해 말 1조4153억원을 기록했던 케이뱅크 여신 취급액은 1분기 말과 2분기 말 각각 1조3366억원, 1조2591억원으로 줄어들었으나 3분기 말 2조1060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동기(1조4832억원)대비 증가율은 41.99%며 전기 대비 증가율은 67.26%에 달한다.
수신액도 함께 늘어났다. 지난 2분기 말 1조8454억원을 기록했던 케이뱅크의 총 수신은 3분기 말 2조6872억원으로 증가했다. 상승률은 41.62%다. 당기순손실도 지난해 3분기 742억원에서 올해 703억원으로 5.26%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카뱅의 여신액, 수신액 증가율은 각각 7.99%, 2.84%를 기록했다. 물론 절대적인 규모에서는 카뱅이 총 여신 18조7304억원, 총 수신 22조9775억원으로 크게 앞서고 있지만 케이뱅크가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추격을 시작하는 모양새다.
올해 7월 영업을 재개한 케이뱅크가 빠른 속도로 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측면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주식 및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인해 발생한 이른 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수요가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확대로 이어졌다. 지난 7월 13일에는 케이뱅크가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대출 ▲신용대출 플러스 등을 출시하자마자 신청고객이 폭주해 한때 접속 지연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으며 지난 9월에는 케이뱅크가 신용대출 금리와 마이너스 통장 금리를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씩 올리며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8월에 새롭게 출시한 아파트담보대출 상품(대환 대출)도 케이뱅크 흥행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은행권 최초 100% 비대면으로 신청 가능한 해당 상품은 편의성과 연 1%대의 낮은 금리로 고객들에게 큰 반응을 얻었다.
1000명의 고객을 선정하는 1차 사전신청자 접수에는 무려 2만6458명이 몰려 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이에 케이뱅크는 2~3차 접수를 진행해 각각 2000명씩 추가로 모집했다. 차수에 따라 최대 3만명의 지원자를 기록하자 케이뱅크는 4차 신청부터 추첨제에서 선착순으로 방식을 변경했다. 지난달 12일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4차 접수는 30분만에 신청이 마감되기도 했다. 한정된 인원으로 모집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시 2개월 반만에 누적 취급액은 1000억원을 돌파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1000억원이라는 금액이 은행권에서 큰 규모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사실상 영업을 새롭게 시작한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고객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왔다는 것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계좌를 새롭게 개설하거나 안 쓰던 계좌를 부활시킨 고객들이 상당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담보 대출은 신용대출에 비해 위험성도 낮기 때문에 앞으로도 취급액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이뱅크 관계자 역시 “절대적인 금액보다는 은행권 최초로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 갖춰야할 ‘혁신’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케이뱅크는 카뱅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분야에도 진출해 본격적인 추격에 나설 예정이다. 케이뱅크는 이르면 올해 중으로 제휴 금융사의 중금리 대출상품 등을 중개하는 연계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며 전월세 보증금 대출 출시도 검토 중에 있다.
반면 카뱅은 케이뱅크가 판매 중인 대환대출 보다는 신규 대출자를 대상으로하는 주담대 상품을 개발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다만 대환 대출은 이미 다른 은행의 심사를 거쳤던 대출을 취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100% 비대면 평가가 상대적으로 쉽게 가능하지만 신규 대출은 새로운 프로세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아파트담보대출과 유사한 방식의 대환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은 없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신규 대출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개발, 출시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