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선방한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주류
가정용 소비 늘었지만 코로나19로 유흥 채널 판관비 줄며 불황형 흑자 달성
코로나 3차 유행으로 얼어 붙은 연말 특수···외형 축소 우려
[시사저널e=박지호 기자] 허리띠를 졸라매며 올 한해를 버티고 있는 주류업계가 연말 특수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1월 말부터 본격 성수기에 돌입하며 매출 증대를 이뤄야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연말 모임이 취소디며 유흥 채널 영업에 타격을 입으면서다.
앞서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국내 대표 주류업계는 지난 8월 말 시작된 코로나19 2차 유행 당시에도 영업익 선방을 이뤘다. 하이트진로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9% 오른 644억원을 기록했고,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도 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롯데칠성 주류부문의 경우 14분기만에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됐던 3분기에 기록한 주류업계의 이같은 영업익 증가는 ’불황형 흑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일부 신제품 판매 효과가 발생한 데 더해, 유흥 채널에서 판촉비가 줄면서 비용 절감에 따른 수익이 발생한 것이다.
심지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의 전체 판매관리비는 전년 대비 16.7% 증가했다. 다만 매출대비 판관 비율은 오히려 0.3%p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칠성의 전년대비 손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는데, 작년 3분기 일본 불매 여파에 따른 기저효과 및 주류 관련 광고판촉비 절감에 기인한다”면서 “주류 관련 광고판촉비는 3분기 누계 약 900억원 절감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유흥 채널 판촉비가 가정 채널 판촉비보다 규모가 크다. 식당 영업 중단으로 유흥 채널 판촉비가 감소하면서 원가 절감에 따른 영업익 증가가 가능했던 것”이라면서 “이른바 불황형 흑자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업계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당장 비용 절감으로 영업익을 낼 순 있어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결국 외형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달 7일까지 적용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지침에 따르면 음식점이나 일부 술집은 정상 영업을 하되 오후 9시 이후로는 포장·배달만 할 수 있다. 이에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아예 거리두기 기간 동안 영업을 포기하는 업장도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내내 이어진 코로나19로 평소 45대 55 수준이었던 가정 채널 대 유흥 채널 매출 비중은 홈술족이 늘면서 7대 3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 하이트진로의 경우 지난해 출시한 진로와 테라에 이어 팩소주, 포켓소주 등 휴대가 간편한 형태의 상품 판매가 늘고 있고, 롯데주류의 신제품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는 가정용 시장을 중심으로 선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현재는 가정 채널 수요가 실적을 견인하고 있지만, 매출의 주요 축인 유흥 채널의 장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외형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11월 말부터 식당 매출이 평월 대비 20% 증가하는데 지금은 밤 9시 이후 영업이 금지되면서 연말 특수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자영업자들과 공생하는 업종이다보니 식당 영업 제한으로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