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최대주주 변경 권고···신라젠,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만 가능
'헐값' 신주발행으로 주주가치 훼손 우려···최대주주 돌변 가능성도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가 신라젠에 최대주주 변경 등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라젠이 거래재개를 위해 외부에서 투자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신라젠은 기술특례상장 기업이라 다른 기업과 달리 장기영업손실에 따른 상장폐지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외부 투자자로서는 상장폐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매력요인이다.

하지만 유상증자가 헐값으로 진행되면 기존 소액주주들의 주식가치 훼손이 극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외부 투자자가 거래재개 이후 돌변해 신라젠을 활용한 주가조작이나 기업사냥꾼 행태를 보이면서 소액주주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 신라젠, 투자유치 가능할까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기심위는 전날 신라젠에 개선기간 1년을 부여하면서 회사 측에 최대주주 변경을 권고했다고 알려졌다.

신라젠의 최대주주는 문은상 전 대표로 9월말 기준 369만637주(지분 5.15%)를 가지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주식수는 528만8589주로 지분율은 7.38%다. 현재 문 전 대표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업무상배임 및 업무상배임미수 등으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신라젠은 문 전 대표가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올해 5월4일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정지 당시 신라젠 주가는 1만2100원이었고 당시 문 전 대표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주식가액 총합은 640억원이었다.

한국거래소 기심위가 요구하는 최대주주 변경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규모는 최소 528만8589주 이상이어야 한다. 문 전 대표의 보유주식은 현재 법원에 압류되어 있어 문 전 대표 보유주식분에 대한 차등감자는 불가능하다.

신라젠은 현재 외부에서 다양한 투자자들과 접촉에 나서며 투자유치를 타진하고 있다. 최대주주 변경 역시 꾀하고 있다.

신라젠은 2016년 기술특례상장으로 상장한 기업으로서 한국거래소의 장기영업손실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장기영업손실 규정이란 코스닥 기업이 4년 연속으로 적자를 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다음해 5년 연속으로 적자를 내면 퇴출시키는 제도인데 기술특례기업은 이 규정이 영구 면제된다. 투자자들로서는 적자 지속에 따른 상장폐지 리스크를 덜어내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매력적 요소다.

◇ 주주가치 훼손은 우려 요인

신라젠은 소액주주들의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7월 16일 기준 신라젠 소액주주는 16만 5692명에 이르고 당시 이들은 전체 주식의 93.44%를 들고 있었다.

신라젠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한국거래소에 거래재개를 요구해왔지만 기심위에서 전날 개선기간 1년을 부여하면서 사실상 유상증자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거래재개를 위한 유상증자가 실시되더라도 기존 주주들은 큰 손실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신라젠이 현재 거래정지 중이기에 유상증자 발행가가 거래정지 종가(1만2100원)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는 액면가(500원)에 발행될 수도 있다. 신라젠처럼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했다가 현재 거래정지 중인 종목으로는 샘코가 있다. 샘코는 올해 3월 2019년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 의견을 받았는데 거래정지 직전 미디어공감을 대상으로 주당 4370원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거래정지 이후 딜은 무산됐고 샘코는 올해 6월 북경모터스를 상대로 신주 244만8000주를 액면가(500원)으로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신주 발행가가 3개월 만에 8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최악의 경우 외부 투자자가 신라젠 주식거래 재개 이후 갑자기 돌변해 기업사냥꾼 행태를 보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각종 호재를 언론에 흘리면서 주가를 띄운 다음 대규모 전환(CB)사채를 발행함으로써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를 떨어뜨리고 전환사채 발행으로 모은 돈을 각종 편법을 통해 회사 밖으로 빼내는 일은 코스닥을 중심으로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대개의 경우 이런 종목들은 대규모 전환사채 발행으로 이른바 '동전주'로 전락하고 머지 않아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하지만 신라젠처럼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기업의 경우에는 장기영업손실 규정으로부터 예외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이러한 기업사냥꾼들에게는 최적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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