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단계 격상 등 현안에 의견 수렴 적어···경제와 방역 모두 성공은 힘들어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 정책은 고개를 갸웃거릴 내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정부는 거리두기 단계가 3단계에 불과해 세부적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기 힘들다는 취지로 5단계로 세분화한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처럼 정부가 스스로 결정한 거리두기 단계 격상 조건을 충족했음에도 최근 수도권 지역에서 흔히 일컫는 ‘2단계+α’ 정책을 결정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2.5단계 격상을 주장해왔는데, 왜 정부는 이같은 의견을 모른척하고 ‘2단계+α’를 밀어붙였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전문가 논리를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보자. 올해 코로나19 1차, 2차 유행과 현재 3차 유행은 차원과 수준이 다르다. 일단 기온이 낮고 국민들도 피로감으로 경각심이 낮게 내려간 상태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고, 수능시험도 임박했다.
이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 일단 코로나19 확산세를 가능한 이른 시일 내 잡고 확실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이다. 특히 수도권 지역은 인구가 많고 밀집해있다. 다른 지역 전파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추가로 거리두기 단계 조정에 따른 국민 피로감도 있다고 하니 한번 조정한 단계는 가능한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
반면 정부는 자영업자를 배려하고 경제를 생각해 결정적 순간 거리두기 단계 조정에 신중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거리두기 효과 분석이나 평가 없이 단계만 격상하는 것은 엄청난 사회·경제적 피해를 간과하는 것”이라며 “중소상인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경제 특성상 많은 서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대체 어느 누가 거리두기 효과 분석이나 평가 없이 무조건 단계를 격상하자고 했는지 궁금하다. 정부도 진행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시로 시뮬레이션을 가동하며 분석 수치를 계속 내놓고 있다. 그들은 진료하고 분석하며 지칠 대로 지쳐있다. 전문가는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해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지칭한다. 정 총리같은 비전문가는 전문가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며 경청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의 중소상인 비중이 높은 특성은 누구나 아는 내용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나 경제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인가. 오히려 신속하고 선제적으로 움직여 코로나19에 짧고 굵게 대처해야 자영업자나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그들 논리다.
1일 오후 현재 신규 확진자가 400명대에 머물고 있는데, 긍정적으로 보면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소폭 감소하기만 바래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전국 어느 지역에서 빅클러스터가 발생하면 그 충격과 혼란은 최악의 상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어차피 현재 상황에서 경제와 방역 모두 성공은 힘들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는 경제를 위해서라도 방역 전문가 의견을 최대한 수렴, 정책 결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조금만 주춤하거나 지체할 때 하루 1000명 이상 확진이나 수백명 확진자 규모의 빅클러스터는 다른 나라가 아닌 한국에서 발생할 가능성도 우려되는 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