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거리두기 격상으로 또 생계 걱정해야하는 소상공인들···“최선의 방역은 모이지 않는 것”
[시사저널e=차여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연일 확진자가 400~500명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전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유지하면서 수도권 지역에는 2+α 정밀 방역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사우나, 실내체육시설 등 고위험 시설에 대한 방역조치가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일각에서는 2.5단계로 사회적거리두기 격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대한감염학회 등 의학 연구단체들도 코로나19 일상감염으로 고위험군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며 선제적인 조치를 하자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감염학 전문가들의 최우선 사항은 ‘방역’이다. 국민들의 1, 2차 유행 때마다 2.5단계 방역조치가 효과를 본 것이 사실이다.
취재를 하다보면 2.5단계 격상을 바라는 학생이나 회사원들도 많다. 대입을 앞둔 고3이나 수험생은 다른 의견이겠지만, 대부분 출퇴근 시간 감염을 우려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사회적거리두기 격상을 해 한번에 코로나19 유행을 잡자는 의견도 나온다. 재택학습이나 재택근무를 바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감염병’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은 사회적거리두기가 1단계씩 격상될 때마다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 9월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로 집합금지 명령 또는 영업에 제한을 받게 돼 물리적으로 손님이 찾아올 수 없어 자영업자의 생계가 사실상 차단됐다고 밝혔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이 기간 매출이 지난해 대비 전국적으로 25% 감소했고, 특히 상황이 심각했던 서울의 경우 37%가 떨어지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한상총련 측은 “문을 닫아걸고 있는 힘을 다해 버텨낸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의 희생 또한 있었음을 잊어선 안 된다”며 “이번 (3차 대유행) 사태에서도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재유행 방지를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이지만, 매출 하락을 감내한 만큼 직접적으로 매출에 도움이 되며, 다음 위기에서도 버텨낼 기초 체력을 다질 수 있도록 체감이 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8월 2차 코로나19 대유행때 취재했던 서울 은평구 한 카페 사장은 “잘릴 일이 없는 회사원과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를 보는 시선이 다르다”면서 “이곳은 주변에 회사가 많지 않아 카페 취식이 금지되고는 하루에 5잔 팔린다. 코로나19에 걸려서 죽는 것도 무섭지만 돈이 없어 당장 생계를 걱정하는 것도 무섭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봉쇄보다는 경제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 방역 정책이 유지됐으면 한다. 미국과 유럽은 강제적인 봉쇄 조치가 경제에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이론을 증명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5월 락다운 이후 실업자수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또 수출 감소 등 경기 침체의 후유증을 겪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수도권 지역의 호텔과 파티룸,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연말·연시 행사나 파티를 금지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이번 일상감염 확산을 두고 "사람 간의 만남을 줄이는 것 외에는 (감염 확산을 차단할)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는 이미 ‘수도권 외에 지방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모임하면 괜찮나요?’, ‘펜션 잡아서 놀면 어차피 강제력 없어서 안 걸려요’, ‘연말 모임 금지됐는데 몰래 하면 처벌 있나요?’, ‘10인 이하 모임은 해도 될까요?’ 등의 게시물들이 적잖이 보인다. 이런 꼼수들은 방역에 구멍을 낼 수밖에 없다.
사회적거리두기의 격상은 쉽지 않다. 강제적인 코로나19 방역 봉쇄는 더 쉽지 않을 것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를 바라보는 입장이 다르다. 이제는 시민들이 알아서 흩어져야 할 때다. 연말, 연초 모임 대신 서로에게 마음만 전해야 한다. 먹고, 마시고, 물건을 사되 테이크아웃, 비대면 등을 활용해야 한다. 최선의 방역은 모이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