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창립총회·이사회 개최···대표이사 김종현 이사회의장 신학철 선임
배터리 투자실탄마련 속도 낼 듯···분할기일 놓고 나스닥 도전 유력시
對SK이노 ITC 최종판결 목전···연속화재 안전성 리스크 해법도 과제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LG 배터리사업을 담당하게 될 LG에너지솔루션이 오늘 출범했다. 2024년 연매출 30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졌지만, 기대만큼이나 해결해야할 당면과제들을 직면하고 있다.
1일 LG에너지솔루션은 창립총회 및 이사회를 개최했다. 초대 대표이사로는 김종현 사장이 선임됐으며, 이사회 의장은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이 맡았다. LG화학으로부터 물적분할돼 설립된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약 7000명)와 해외(약 1만5000명)를 통틀어 임직원 2만2000명 규모의 체계를 갖춘 독립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충북 청주 오창공장을 비롯해 △미국 미시간 △중국 신강·빈강 △폴란드 프로츠와프 등 생산기지와 △대전 △미국 트로이 △중국 난징 △독일 프랑크프루트 등에 R&D테크센터를 운영 중이다. 금년 예상매출액은 13조원이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다양한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서 2024년 연매출 30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날 김 사장은 “오늘 출범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역사는 30년 이상”이라면서 “불모지였던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을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개척했고, 우려와 역경 속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경쟁사들보다 구조적 이익 창출의 기반을 다졌다”며 출범 의의를 밝혔다. 또한 “지금껏 우리가 이뤄온 성과들은 생각보다 위대했으며, 그 저력을 믿고 자신감 있게 미래를 만들어가자”고 구성원들에 당부했다.
LG화학 배터리사업부에서 물적분할을 통해 별도법인으로 재탄생 한 LG에너지솔루션의 출범목표 중 하나는 상장 등을 통한 투자금 확보다. 회사 분할 과정에서 기존 LG화학 주주들과 2대주주 국민연금의 반발을 샀던 LG화학은 “추후 상장을 추진하더라도 절대적인 지분율을 유지할 것”이라며 배터리사업을 통한 실익에 따른 기업가치 제고를 약속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보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지난 10월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신설법인(LG에너지솔루션) 설립 후 IPO를 고민할 것”이라며 “미국 등 다른 시장도 규모나 적정성을 고려할 때 굳이 배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언급한 바 있어 이 같은 해석에 힘이 실린다.
분할기일이 12월이라는 점에서 해당 가능성이 유력시되는 양상이다. 코스피의 경우 회사설립 3년 이후에나 자료제출 및 상장추진이 가능해 빨라도 2023년에나 가능하다. △글로벌 셀렉트 마켓 △글로벌 마켓 △캐피털 마켓 등으로 구분된 나스닥 ‘캐피탈 마켓’ 상장을 추진한다면 내년 상장추진이 가능하다. 올해 세전이익 기준충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에서다.
당초 LG화학에서 분사안건이 논의됐을 당시부터 상장을 통해 자금으로 선제적 투자를 통한 시장선점에 초점이 맞춰졌던 만큼, 출범과 동시에 상장작업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당초 글로벌 배터리 업계는 선(先)수주를 바탕으로 공장설립 등 투자를 단행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으나, 최근에는 수주에 앞서 선제적으로 투자를 감행하는 추세다. 내연차에서 전기차로의 교체가 빨라졌음을 의미하며, 자연스레 배터리의 폭발적 수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은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다. 배터리사업 일체가 분리된 만큼 그간 LG화학이 맡아 온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도 LG에너지솔루션이 맡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4월 영업비밀 침해 소송으로 촉발된 두 회사의 소송전은 현재 미국에서만 3건의 송사가 진행될 정도로 격앙된 상태다. 특히 오는 10일 예고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발표가 다른 재판들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어서, 양사 합의 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기술적으로는 잇따른 화재논란이 시급과제로 꼽힌다. 배터리관련 국내 최대기업이지만 현재 LG 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현대자동차 ‘코나EV’ 연속화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ESS의 경우 화재발생빈도가 LG화학 배터리가 가장 높았으며, 코나EV의 경우에도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장착된 해외 판매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SK 배터리가 탑재된 동급모델 기아자동차 ‘니로EV’에서는 화재발생이 전무한 탓에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관계당국은 두 연속화재의 원인으로 배터리 결합 가능성을 의심한 바 있다. 물론 두 조사결과 모두 수긍할만한 객관적 지표가 확보되지 않아 현재로선 LG화학 배터리 결함이라 단정지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최근 LG화학 배터리가 적용된 쉐보레 볼트EV에서도 연속화재로 미국에서 리콜조치가 단행되면서 이에 대한 개선책을 요구받는 게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출범은 자금 확보뿐만 아니라 글로벌 1위에 도전하는 LG 배터리사업의 전문성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사업도전이 아닌 새로운 법인으로서 재출범 성격이 짙은 탓에 기존 LG화학이 갖고 있던 리스크와 난제들 역시 떠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평가했다. 이어 “초대 대표직을 맡게 된 김 사장 역시 LG에너지솔루션의 온전한 정착을 위해 이 같은 숙제들의 해결을 우선순위로 두게 될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