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진칼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여부 결정
법원 판단에 따라 유불리 역전될 가능성 높아
50%+1주 확보되지 않아 결국 장기전 양상 주장도
한진칼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놓고 법원의 판단이 나올 예정인 가운데 결과에 따른 경영권 분쟁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한 쪽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나 양 측 모두 발을 빼기엔 손해가 커 지분의 과반 이상인 50%+1주를 확보하기 전에는 경영권 분쟁이 종식되지 않을 가능성도 일부 제기된다.
1일 증권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기각 여부를 이날 결정할 예정이다. 오는 2일이 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중으로 결과가 나와야 하는 까닭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해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을 투입하고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3자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산업은행 지원이 조 회장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것이라며 해당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결과에 따라 한 측은 큰 타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3자연합이 한진칼 지분 우위를 계속 가져갈 것인지, 조 회장 측이 역전할 것인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3자연합 측의 한진칼 지분율은 46.71%로 조 회장 측의 지분율(41.4%)을 앞선다. 3자연합이 승리할 경우 지분 우위를 계속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한진칼의 손을 들게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조 회장에 우호적인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마무리 짓고 약 10.7%의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지분 보유 상황이 역전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신주 발행 물량을 감안해 추산하면 조 회장 측은 41.78%에서 47.99%로 급상승하지만 3자연합 지분율은 45.23%에서 40.41%로 떨어지게 된다.
다만 이번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경영권 분쟁이 종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분 차이는 발생했지만 어느 누구도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50%+1주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3자연합 측은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지분이 역전되더라도 그동안의 투자 금액과 손실 가능성을 고려하면 당장 발을 빼기가 쉽지 않다. 조 회장 측 역시 가처분 신청이 인용 되더라도 오너 일가라는 점에서 경영권 포기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이미 3자연합 측은 자금 확보에 나선 상태다. KCGI의 종속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달 12일 메리츠증권에 한진칼 주식 550만주를 담보로 1300억원을 빌렸다. 금융회사 10여곳에서 710억원을 빌렸던 계약을 해지한 것을 감안하면 추가로 확보한 자금은 약 590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3자연합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지난달 말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대출 받았다. 반도건설 역시 현금 투자 여력이 충분한 상태로 평가된다.
KCGI에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점도 장기전을 가늠케 하는 요인이다. KCGI에 따르면 투자자가 중도환매할 수 없는 펀드 락업(lock-up) 기간은 10년으로 아직 7년여라는 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다. 그동안에 한진칼 경영 악화로 인한 유상증자, 델타항공이나 산업은행 등 조 회장 측의 우호 지분의 변동 가능성 등 다양한 변수가 나올 여지도 있다. 여기에 조 회장은 600억원 가량의 상속세도 납부해야 되는 상태로 직접적으로 추가적인 지분 확보가 쉽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반대로 조 회장 측도 이번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더라도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아직 한진칼 대표 임기가 3년여 남아있는 데다 이사회도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이 기간 경영능력을 보여준다면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미 올해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은 기관·개인 소수 주주 표 중 65.3% 확보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추가적인 우호세력을 끌어들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법원 판결로 한 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왔다”며 “지분 경쟁에서 뒤처진 조 회장이 산업은행 지원을 받는 방식을 꺼내든 것 처럼 예상치 못한 전략들이 나올 수 있어 상황이 또 바뀔 여지를 배제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