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벤처캐피탈협회 공청회 열어 권고안 마련···조건부지분인수계약·단계별 투자 등 반영
벤처업계 “이번 권고안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별 투자에 적합”

표=이다인 디자이너
/ 표=이다인 디자이너

[시사저널e=차여경 기자] 벤처투자 계약서의 일관회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 표준계약서 권고안을 마련하고 있다. 권고안에는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이나 벤처단계별 투자 조항 반영 등이 담겼다. 벤처업계에서는 이번 권고안이 초기 창업기업의 유니콘 (상장 전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육성을 위한 내용이 담겼다고 분석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벤처투자 표준계약서는 투자자와 이해관계인인 창업자에 의해 제각기 다른 조항을 담았다. 일각에서는 스타트업에 불합리한 조건이 벤처투자 계약서에 있거나, 상환의무에 있어서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또한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법률적 자문 없이 계약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작성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VC업계와 스타트업 모두 계약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벤처투자자들 특성에 따른 계약서 조항과 창업자에게 불리한 조항이 빠진 표준계약서가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벤처캐피털협회, 한국엔젤투자협회, 액셀러레이터협회는 그간 실무협의회를 구성하고 변호사 등 전문가 자문을 받아 권고안을 논의 중이었다.

이날 중소벤처기업부와 유관단체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발표된 ‘벤처투자계약사 개편안’ 권고안을 보면 조건부인수계약(SAFE)와 같은 새로운 투자 유형이 포함되고, 투자 단계별 세분화, 주주간 합의서 분리 등이 들어가 있다.

조건부지분인수계약 투자 유형은 이번 8월 시행된 벤처투자촉진법법 제정으로 인해 새롭게 마련됐다. 미국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가 고안한 간략화된 계약 형태다. 스타트업 기업가치 평가를 생략하고 투자한 뒤 후속 투자자의 기업가치 결정에 따라 선투자자의 지분율을 결정하는 형식이다. 또 상환의무를 예외적인 경우만 최소한으로 인정함으로써 창업초기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한다.

또한 전문개인투자자 및 개인투자조합, 액셀러레이터,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및 벤처투자조합 등으로 구분해 투자단계에 맞는 권고안이 마련된다. 창업자 이해관계인 연대보증을 삭제하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범위를 축소, 시드단계의 기업의 경우 동의 조항 삭제 또는 최소화 권고안이 담겼다.

특히 투자자와 기업 간 투자계약서(SPA)와 주주간합의서(SHA)를 혼합 혹은 분리하는 주주간합의서(SHA)의 일반화가 주목을 끌고 있다. 주주간합의서는 우선투 투자 계약 당사자들끼리 투자계약서가 아닌 따로 합의한 조항들을 표기해놓은 것을 말한다.

이종건 법무법인 이후 대표는 “투자 단일 라운드만 보면 투자 간 합의사항이나 투자 내용 등을 계약서 하나에 포함시켜 단일화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초기 투자 이후 시리즈A, 시리즈B, 프리IPO 단계 등 여러 라운드가 반복이 되면 투자계약서와 주주간합의서를 분리해서 작성하는 것이 투자자들끼리 계약서를 작성하기가 편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해외처럼 실무적인 필요성에 따라 비분리형과 분리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투자계약서와 주주간합의서를 따로 분리할 경우 일반적인 표준계약서와 달리 법적인 효과가 발휘되지 않은지 지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VC는 두 계약서를 합친 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주주간합의서는 이미 업계에서 사용 중이다. 시장에서 많이 활용 중이다. 다만 개별적인 사용이 적법하냐의 논의는 있을 수 있다. 의결권 구속 약정의 경우 집행가능성이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정부의 정책적 목표가 시드단계 스타트업을 초기, 중기를 거쳐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시키는 것이다. 유니콘 기업이 되려면 자본없이는 어렵다. 기업의 성장해나가는 과정에서 투자가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기존 투자자가 남아있어야 자본이 응집이 된다”며 “이 과정에서 시드단계, 초중기 투자자, 상장 전 투자자들이 다른 계약서들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주주간합의서를 활용하라는 것이 골자”라고 강조했다.

벤처캐피털협회 관계자는 “이번 권고안은 12월 20일까지 VC 등 업계 의견을 들은 다음 내년 1월에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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