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홈 통한 무순위청약 신청자만 20만 명
내집마련 원하는 저가점자 대거 몰린 영향

수도권의 한 견본주택에서 내방객이 모형도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수도권의 한 견본주택에서 내방객이 모형도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청약시장에서 당첨을 위한 커트라인이 치솟으면서 일명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경쟁률도 높아지고 있다. 가점이 낮거나 신혼부부·생애최초와 같은 특별공급 등 요건에서도 순위가 밀리는 무자녀 부부 및 독신자가 대거 참여하는 영향이다.

2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감정원이 운영하는 청약사이트인 청약홈에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37개 단지의 평균 경쟁률은 44대 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무순위 청약 평균경쟁률 21.6대 1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무순위 청약 신청자 수 역시 올해 19만9736명으로 20만 명에 육박한다. 이는 지난해 4만2975명의 4.6배에 달하는 수치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분양 당첨자의 계약 포기나 부적격 판정으로 주인을 찾지 못한 가구에 대해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절차다. 과거에는 시행사 또는 시공사가 자체적으로 잔여세대를 분양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지난해 초부터는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를 통해 분양절차 중 하나로 여기고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이어 청약업무가 올해 2월부터 아파트투유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되면서 투기·청약과열지역에서 나오는 잔여 가구 20가구 이상의 무순위 청약은 청약홈을 통해 공급하도록 했다.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 보유나 무주택 여부 등 특별한 자격 제한 없이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또 당첨되더라도 재당첨 제한이 없다. 때문에 바늘구멍 뚫기 수준의 치열한 인기에도 내 집 마련을 위한 수요층이 눈길을 두는 것이다.

실제 이달 하순 진행한 경기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 무순위 청약에서는 84㎡(이하 전용면적) 1가구 공급에 1만6505명이 집결했다. 이는 올해 청약홈에서 진행된 무순위 청약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공공분양인 이 아파트는 해당지역 2년 거주한 무주택 가구주로 자격이 제한됐음에도 신청자가 대거 몰렸다.

이에 앞서 이달 18일 진행된 화성시 남양읍 e편한세상 남양뉴타운의 잔여 48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도 2972명이 신청해 61.92대 1의 평균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 84㎡A타입의 경우 6가구에 1178명이 접수해 경쟁률이 196.33에 달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9세이상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어 인근지역 신청자들까지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투기·청약과열지역 내 무순위 청약 공급 가구수가 20가구 미만이어서 건설사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무순위 청약을 받은 아파트의 경우 경쟁은 더 치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성동구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의 경우 8만8208대 1, 수원시 영통구 영통자이는 3만3863대 1, 인천 연수구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는 2만8008대1 등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세종시에서 무순위 청약을 받은 세종 리더스포레 나릿재마을 2단지는 1가구에 무려 24만9000명이 몰리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예비당첨자를 전체 공급물량의 500%까지 확대했고 올해 3월부터는 청약과열지역과 인천이나 경기 등 수도권, 지방광역시 등에서도 이를 300%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청약제도가 복잡해진데다 대출규제에 따른 자금조달 차질 등으로 상당수 아파트에서 계약 포기나 부적격 당첨에 따른 무순위 청약 물량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 분양한 남양주시 별내동 별내자이더스타의 경우 당첨자 421명 중 39명(9.2%)이 부적격 당첨자로 판명됐다. 청약 과열을 빚었던 과천지식정보타운 분양 역시 당첨자 10명 중 한 명 꼴로 부적격 당첨자가 나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