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30일 개최···상장폐지·거래재개·개선기간부여 中 택1
신라젠 지속가능성 놓고 '이견'···신라젠과 주주들 "거래재개해야 경영 정상화 가능"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한국거래소가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한다. 신라젠은 그동안 경영진 교체와 긴축경영 등 거래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이번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받는다면 향후 이어질 코스닥 시장위원회에서 반전을 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신라젠 소액주주들은 경영 투명성 문제는 이미 해결됐기에 한국거래소가 거래재개 결정을 내려야 신라젠이 회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라젠의 거래재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얼마나 해소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 ‘거래정지’ 신라젠, 30일 상장폐지 여부 결정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0일 오후 2시에 시작되는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가 진행된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8월6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번이 두 번째로 열리는 기업심사위원회라 30일 당일 저녁에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한국거래소 관계자의 전언이다.
신라젠은 2016년 12월6일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펙사벡’을 내세우며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이후 임상성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시가총액이 8조7115억원까지 급등했고 코스닥 시가총액순위 2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간암치료제로서 진행중이던 임상3상에서 실패하면서 주가가 폭락했고 이후 문은상 전 대표 등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이용해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회사를 인수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올해 5월4일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정지순간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8666억원으로 고점대비 10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거래소는 6월19일 신라젠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고 신라젠은 7월10일 한국거래소에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했다. 한국거래소는 8월6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었으나 심의위원들간 의견차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신라젠은 9월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한국지사장 출신인 주상은 신임 대표와 법률전문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이뤄진 신규 사외이사진을 선임했다. 이어 지난달말에는 한국거래소에 2차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했다.
이제 기업심사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은 거래재개, 개선기간부여, 상장폐지 등 3가지 중에 하나다. 거래재개 결정을 내릴 경우 신라젠은 12월1일부터 주식거래가 재개된다. 개선기간부여는 최장 1년까지 가능하고 이후 다시 심사해 거래재개여부를 결정한다.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15일 이내 열리는 코스닥 시장위원회에서 한번더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한다. 코스닥 시장위원회에서도 상장폐지로 결정될 경우 신라젠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신라젠 측이 이의제기시 코스닥 시장위원회가 한 번 더 열린다. 여기에서도 상장폐지로 결정나면 신라젠은 정리매매 등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코스닥 시장위원회 재심 이후 신라젠이 불복소송에 나설 경우 상장폐지절차는 중단되고 법원이 상장폐지 여부를 최종결정하게 된다.
◇ ‘지속 가능성’ 설득이 관건
신라젠 소액주주들로 구성된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은 매일 한국거래소 앞에서 시위를 하며 신라젠 거래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심사위원회가 열리는 30일 다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지난해말 기준 신라젠 소액주주는 16만8778명이고 보유주식 비율은 87.7%에 이른다.
이들은 신라젠의 거래정지 사유가 상장 전 일이고 현재 재판 중인 사건으로서 확정된 사실이 없다는 근거로 거래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상장 전 심사를 맡았던 한국거래소에 책임이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또한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기존 경영진을 모두 새 인물로 바꾸었으니 경영투명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에 따르면 신라젠 거래재개 여부는 경영투명성 이외에도 지속경영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해 결정된다.
신라젠은 지난해 펙사벡을 간암치료제로서 단독투여하는 임상3상은 실패했고 현재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리제네론과 신장암 치료 병용요법으로 임상2상이 진행되고 있고 지난달 미국 FDA로부터 흑색종에 대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임상을 진행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올해 3분기 기준 신라젠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81억원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진행중인 임상을 완료하기까지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신라젠은 이를 의식한 듯 비용절감을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신라젠의 누적 영업손실은 3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34억원)보다 30%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의 일부 심의위원들은 신라젠이 거래재개가 되기 전에 추가 자본투자를 받아야지 거래재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신라젠 및 투자자들은 거래재개 결정이 내려져야 신라젠이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임상에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마련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거래정지 상태에서 유상증자가 전환사채 발행에 나설 경우 헐값발행이 불가피하다”며 “거래재개가 되어야지 신라젠이 원활하게 회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